외신, 윤여정 오스카 수상에 "이미 오랜 명배우의 커리어 정점"(종합)
한국 최초·아시아 두번째 '새 역사 썼다' 평가
"삶·연기 모두 시대에 순응하지 않은 인물"
함께한 한국영화 주목…수상소감에도 찬사
"미국내 아시아 혐오 속 '한국 할머니' 진가 인증"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박대한 기자 = 주요 외신과 방송은 25일(현지시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윤여정(73)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자 그의 연기인생과 한국 영화의 저력을 다시 주목했다.
윤여정은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주요 매체들은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수상까지 이뤄냈다는 점을 주목하며 그 배경에 윤여정의 비상한 연기 생활과 한국 영화계라는 토양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들 매체는 윤여정이 1971년 영화 '화녀'를 통해 데뷔한 뒤 줄곧 괄목할 배역을 맡아 한국에서 오랫동안 영향력이 있는 배우로 활동해왔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로이터 통신은 윤여정이 수십 년간 한국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인물이었다며 주로 재치 있으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큰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AP통신도 올해 73세인 윤여정이 이번에 처음으로 오스카 후보에 오르기 전까지 한국에서 50년간 연기 인생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통신은 윤여정이 한국에서 이미 걸출한 배우였으나 아시아 배우로서는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수십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주인공이 됐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수상했지만 한국 배우들에게 영예가 돌아가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윤여정의 수상에 의미를 부여했다.
AFP통신은 윤여정을 시대에 순응하지 않은 인물로 지칭하며 수상 소식을 보도했다.
윤여정이 사악한 상속녀부터 늙어가는 창녀까지 순응하지 않는 캐릭터들을 수십 년간 연기하며 직업과 삶, 모두에서 보수적인 한국 사회의 규범에 도전해왔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AFP통신은 윤여정에게 이날 영예를 안긴 영화 미나리에서 맡은 할머니 역할은 그간 경력을 볼 때 상대적으로 평범했다고 평가했다.
AFP통신은 특히 윤여정의 이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배경에는 한국 영화의 저력이 있다는 전문가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브라이언 후 미국 샌디에이고대 영화과 교수는 "이날 수상의 영예는 윤여정이 미나리에서 이룬 성취일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출중한 감독들과 함께 일하면서 쌓은 커리어의 정점이기도 하다"고 해설했다.
아시아 배우 윤여정의 수상 소식이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후 교수는 "아시아계 미국인 고령자들이 승리자이기보다 희생자로 간주되는 시국에서 윤여정의 수상은 한국계 미국인 가족의 일원인 많은 할머니들의 진가를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여정의 수상 소감에서 나타나는 품격을 주목하는 언론 매체들도 있었다.
APTN은 "윤여정이 매력적인 수상 소감으로 오스카 시상식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고 보도했다.
윤여정은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여우조연상 발표자로 나와 자신을 수상자로 호명한 데 대해 "그가 제 이름을 잘못 발음하지 않았다. 연습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농담을 던졌다.
아시아계 배우들의 성과 이름을 혼동하거나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미국이나 유럽 인사들을 품위 있게 꼬집는 말이었다.
윤여정은 "오늘 밤 저는 다른 후보들보다 운이 너무 좋았다"며 "이것은 한국 배우에 대한 미국의 환대가 아닐까 한다"고 겸손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윤여정이 지난 11일 열린 '2021 영국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데 이어 오스카상까지 거머쥐었다고 보도했다.
스카이뉴스는 영국 아카데미상 수상 당시 윤여정이 '고상한 체하는(snobbish) 영국인'이란 표현으로 시상식에서 웃음을 자아낸 데 이어 이날은 자신의 이름을 이용해 농담했다고 전했다.
pdhis959@yna.co.kr,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