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100일] 미 대북전략 곧 수면위로…한미동맹은 일단 강화수순
北도발에 강온 양면대응…제재로 압박·대화로 비핵화모색 '투트랙' 가능성
분담금협상 속전속결·코로나속 정상회담…동맹강화속 쿼드·미중갈등 부담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출범 석 달을 넘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머지않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며 비핵화 합의문까지 도출했다가 최종 담판에서 좌절한 '롤러코스터 정세'를 연출했던 터라 바이든 정부가 이를 어떻게 평가해 새판을 짤지가 최대 관심사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의 정상 간 직접 대화라는 파격의 길을 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에 시간만 벌어줬다는 시각을 수차례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관여하지 않고 손을 놓겠다는 입장도 아니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전임 정부들의 대북정책이 상황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인식을 보여왔다.
다시 말해 초장부터 북미 정상이 만나 담판 짓는 톱다운이나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차용하는 극과 극의 정책을 구사하지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지금까지의 바이든 대통령과 외교팀의 언사로 미뤄 미국은 동맹 규합을 통한 외교 역량 극대화를 무기 삼아 북한 문제를 다룰 것으로 점쳐진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전략을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사례는 최근 북한의 도발과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에서 엿볼 수 있다.
북한은 한국시간 지난달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쐈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시간으로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응한 대응을 얘기했지만 "그들이 긴장 고조를 택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앞으로 또 도발하면 대응하겠다는 '수위 조절'이었다.
특히 "일정한 형태의 외교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는 비핵화라는 최종 결과 위에 조건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국제질서 위반이라는 경고를 북한에 전달하면서 맞대응 가능성을 내비친 동시에 '최종적인 비핵화'라는 조건에 동의하면 대화할 수 있다는 다층적인 메시지였다. 이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전략이 기본적으로 대화와 외교에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 장면이었다.
북한도 바이든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 직전에 저강도 도발을 감행하면서 의중을 떠보려는 의도를 노출했다. 바이든 정부의 반응을 보며 새로운 대미 전략을 구사하려는 북한의 노림수였다는 뜻이다.
최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공감하면서도 북한이 거부감을 보이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 용어를 쓰지 않은 것도 외교로 나서기 위한 정지작업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미국이 대북 정책 재검토를 마칠 때까지 확정적 표현을 피하고 싶어해 의도적으로 그 표현을 뺐다는 일본 당국자의 발언에 대한 일본 언론 보도가 이를 방증한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전략을 감지할 수 있는 더욱 명확한 발언은 국무부 젤리나 포터 부대변인의 입에서 나왔다. 포터 부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 진행 중인 압박 조치 시행 ▲ 향후 외교를 위한 옵션 이란 두 축을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언급 내용을 해설한 것처럼 판박이다.
결국 조만간 나올 정책은 제재를 핵심으로 하는 대북 압박과 함께 외교 카드를 병행하면서 북한의 위험 정도를 낮추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여기에 비록 실패로 규정했지만 여전히 유의미한 내용을 담고 있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 합의 정신을 살릴 여지도 유효해 보인다. 바이든 정부 외교팀이 트럼프 전 정부를 포함한 전직 관료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이를 시사한다.
중국을 대북 설득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며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지만, 기후와 대북문제 등에 있어서는 협력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이른바 '분리 전술'을 쓰고 있어서다.
중국의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 준수라는 카드로 북한에 대한 간접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북한의 최대 우군인 중국의 설득 작업을 병행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중시 정책의 한 가운데에 동맹이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의견도 상당 부분 반영될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북미가 조속히 마주 앉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면서 트럼프 전 정부의 성과를 토대로 북미가 양보와 보상을 동시에 주고받는 단계론을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전략이 언제 공개될지도 관심사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달 26일 대북 정책 검토가 "마지막 단계"라고 밝힌 지 한 달이 지났고 그사이 미일 정상회담,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한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가 있었다.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지만, 내달 하순 잡힌 한미 정상회담이 마지막 조율의 기회라는 시선도 있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 정상을 모두 직접 만난 뒤 해법을 제시하는 모양새를 염두에 둘 수 있어서다.
바이든 정부 들어 일단 한미동맹은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다.
트럼프가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추진하면서 1년 넘게 헛바퀴가 돈 협상이 바이든 정부 출범 46일 만에 타결됐다. 트럼프의 몽니를 '갈취'로 규정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을 지킨 것으로 평가됐다.
미 외교·안보 투톱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첫 동시 순방지도 한국과 일본이었다. 미국은 한국을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지역, 세계의 평화·안정·번영의 핵심축(linchpin)으로 평가하며 동맹 강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의 내달 방미도 일본에 이어 두번째다.
바이든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움직임은 트럼프 시대에 약화했던 미국의 다자 리더십을 재구축해 중국을 제압하려는 전략의 핵심으로 해석된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의 고민 지점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을 중시하는 만큼 대중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일본, 인도, 호주와의 '쿼드'(Quad) 역시 외교 수단의 중심에 두고 있다.
한국도 이에 동참하라는 이른바 '쿼드 플러스'에 대한 압박 가능성은 한미동맹 강화의 또 다른 그림자가 될 수 있다. 경제 부문에서 중국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고려하면 그 압박감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엄존한다.
한국으로서는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한미정상회담이 한국 외교의 중대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honeyb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