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수도 나이로비, 야간통금에 퇴근길 교통지옥
"나이로비 당국의 대중교통 정책 큰 허점 드러내"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케냐 수도 나이로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에 맞서 도입한 저녁 8시 야간통금으로 인해 시민들이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20일(현지시간) 데일리 네이션에 따르면 나이로비 곳곳의 버스 정류장 앞에 길게 늘어선 통근자들과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시민들, 그리고 무거운 교통체증이 매일같이 되풀이되고 있다.
통금에 걸리지 않기 위해 시민들이 한꺼번에 모여드는 바람에 저녁 8시가 다가오면 결국 수천 명의 가련한 직장인들은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된다.
나이로비의 도심 교통은 마타투(14인승 승합버스)와 25~50인승 중·대형 버스가 주류를 이룬다.
현재 케냐에서는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차량 정원의 최대 60%만 탑승이 허용된다.
시외로 연결되는 통근 열차와 기동성으로 인해 인기 있는 보다보다(오토바이 택시)가 있지만, 열차는 너무 많은 인원에 몸살을 앓고 있다.
주로 단거리 운행에 사용되는 보다보다는 이제 장거리를 뛰어야 하는 형편인데다 시간에 쫓기는 시민들은 자가용 운전자의 선한 도움에 기대를 걸어 본다.
마타투는 무법천지의 교통체증을 유발하며 통근자들을 상대로 운임 올리기에 여념이 없으나 교통경찰의 배를 채우는 좋은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케냐의 도시 근로자들은 "비현실적인" 저녁 8시 통금에 항의해 지난 주말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평을 쏟아내고 정부에 통금시간의 조정을 요구했다.
트위터 이용자인 무네네 에릭은 러시아워에 마타투가 입석 승객까지 태워 초만원이라며 통금이 오히려 코로나19 확산을 이끈다고 말했다.
사라 아티에노는 또 "저녁 6시 반 ~ 8시에 한 번 지켜보라. 야간통금이 코로나19의 촉매제로 작용한다"며 "주점과 교회를 닫고 사회적 모임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인 할리마 하산은 "8시 통금에 걸리지 않기 위해 서두르는 것 자체가 코로나19의 슈퍼전파자"라며 "사람들로 혼잡한 버스 정류장, 만원인 대중 교통시설, 그리고 터무니없는 요금 인상"을 문제로 지적했다.
데이비드 은데다는 "힘든 시기를 각오하고 용감히 맞서자. 오후 5시에 사무실을 나서서 그야말로 정류소로 뛰어야 한다. 한두 시간 줄을 서면 그다음은 교통체증에다 경찰은 단속차량 타고 출동한다"고 전했다.
앞서 나이로비에서는 지난 17일과 18일 이틀간 경찰이 야간통금에 맞춰 시내 주요 도로를 일제히 차단해 시민들이 수 시간 동안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마타투운영자협회(MOA)의 사이먼 키무타이 회장은 정부가 비현실적인 교통정책을 도입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정부가 민간부문과 협력해 효율적이고 신뢰할만한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는, 민간이 교통체계를 운영하도록 내버려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교통 산업이 무너지거나 운영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악랄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나이로비 시민의 최소 41%가 대중교통에 의존하며 13%는 자가용을 운전하고 나머지는 도보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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