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루스 보통 걸음 시속 4.6㎞로 인간과 비슷
에너지 소비 줄이는 선호 걸음걸이 분석…육중한 꼬리 움직임까지 고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백악기의 대표적인 육식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 렉스)는 민첩한 사냥꾼으로 묘사돼 왔지만 평소 걷는 속도가 시속 5㎞ 미만으로 인간과 비슷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자연사박물관 생물다양성센터(Naturalis Biodiversity Center)와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위트레흐트대학 안네 슐프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육중한 꼬리 움직임까지 고려한 걸음 속도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를 통해 발표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현존하는 동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육중한 꼬리를 가졌으며, 이를 고려한 보행 속도는 골반과 다리 등만을 고려해 추산한 것보다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간을 포함해 땅 위를 걷는 동물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걸음걸이를 선호하는 점에 주목했다.
에너지 소비는 느리게 걷는다고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모든 신체 조직이 리듬을 타듯 자연스럽게 움직일 때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몸길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공룡의 꼬리는 실제 걸음걸이 속도를 산출하는 데 있어 무시될 수 없는 부분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네덜란드 자연사박물관에 전시 중인 12m짜리 성체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인 '트릭스'(Trix)의 3D 모델을 구축해 디지털 근육을 입히고 이를 이용해 걸음걸이를 재구성했다. 우선 걸음걸이 리듬을 산출하고, 발자국 화석을 통해 확인된 보폭 등을 적용해 시속 4.6㎞가 보통 걸음걸이였을 것으로 추산했다.
논문 제1저자인 암스테르담자유대학의 고생물 생체역학 전공 대학원생 파샤 반 비즐러트는 1천㎏에 달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육중한 꼬리가 현수교처럼 인대로 지탱되며 걸을 때마다 아래위로 흔들리며 몸 전체와 리듬을 맞췄을 것으로 분석했다.
최상위 포식자였던 티라노사우루스의 걸음걸이는 행동반경과 보행 속도에 따른 먹이량 등을 산출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로 당시 생태계를 이해하는 기반이 된다.
연구팀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연구과제로 미뤄 놨는데,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로는 최대 시속이 20~29㎞ 달하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 비즐러트는 CNN과의 회견에서 "인간과 타조, 말, 코끼리, 기린, 가젤, 누 등은 선호하는 보행 속도가 시속 3.5~4.9㎞ 사이에서 아주 비슷하게 형성돼 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산출된 티라노사우루스의 걸음 속도가 다른 방법으로 측정된 것보다 느리다는 점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많은 동물과 비슷하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