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베를린 옥외광고판서 한인작가 사진전…'편견의 찰나'
전시기회 잃은 한인작가들 옥외광고판서 작품 선보여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베를린 슈프레강을 내려다보면서 석양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로 손꼽히는 엘젠다리.
다음달 7일까지 이 다리를 건너는 이들은 4.4m·7m의 초대형 옥외광고판에 내걸린 탁영준 작가의 '편견의 찰나'를 마주하게 된다.
이번에 옥외광고판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이 작품에서는 베를린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건 채 나란히 서서 각자 다른 방향을 향해 허공을 응시하는 50대 일본인 남성과 20대 오스트리아인 남성이 포착됐다.
이 두 남성은 베를린에서 남성 동성애자로서 성정체성을 밝히고 살아가고 있다. 두 남성의 연령대, 인종, 젠더, 독일의 대표적 오페라하우스라는 상징적 장소 등의 요소들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여러 추정을 낳을 수 있게 한다.
탁 작가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리를 건너는 이들이 순간적으로 이미지를 마주하는 찰나의 순간에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투영하는 여러 가지 인식들, 사회적 편견들에 관해 논하고 싶었다"면서 "우리 머릿속에 그려지는 여러 가지 편견에 찬 사고를 스스로 돌이켜볼 수 있게 만들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탁 작가는 2020년 11회 베를린 비엔날레와 2017년 이스탄불 비엔날레에 초대돼 전시를 한 바 있다.
맞은편 광고판에는 한국과 독일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원성원 작가의 '언론인의 바다'라는 작품이 선보였다.
콜라주 기법으로 완성한 이 작품에서는 사회이슈라는 큰 파도가 덮치는 가운데, 언론을 상징하는 섬과 배가 표류한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부터 3주간은 김기라 작가의 '약속의 땅'과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받은 정연두 작가의 '비위치트' 시리즈가 전시됐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디스쿠어스 베를린의 최정미 큐레이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실내 전시공간에서의 전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전시공간에 들어가지 않고도 예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옥외광고판을 통한 전시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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