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13살 소년 사살로 뒤숭숭한 시카고…시장은 사퇴설 일축
"용의자 총 갖고 있었다" 법정진술한 관할 부검사장 휴직처분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경찰이 투항 의사를 보인 13세 용의자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 현장 동영상이 공개돼 지역사회가 뒤숭숭한 가운데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58·민주)이 항간에 제기된 '사퇴설'을 부인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경찰총격 피해자 애덤 톨리도(13) 사건 현장 동영상이 공개된 지 사흘째인 전날, 라이트풋 시장이 톨리도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이 소셜미디어를 달구었다.
그러나 라이트풋 시장은 "동성애 혐오·인종주의·여성 혐오적 헛소문"이라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미국 대도시 최초의 성소수자 흑인 여성 시장인 그는 "시카고 주민들이 나를 시장으로 선출했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미래에도 주민들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매체가 트위터를 출처로 이런 쓰레기(같은 헛소문)를 마치 진실인 양 전달한 것에 충격을 받고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또 "시카고는 함께 해결해야 할 큰 도전에 직면해있다"며 "이런 루머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비난했다.
사퇴 소문은 2019년 시카고 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력이 있는 지역사회 운동가 자말 그린(25)이 트위터에 "라이트풋 시장, 내일 공식적으로 사의 표할 예정"이라는 글을 올리며 빠르게 확산했다.
이 글은 라이트풋 시장의 사생활에 관해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과 함께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그린은 라이트풋 시장이 입장을 밝힌 후 "소문을 확산시킨 것에 책임을 느낀다"며 사과하고 해당 글을 삭제했다.
그린은 "정치권으로부터 '라이트풋 시장이 사퇴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글을 올린 것"이라면서 "성급히 떠들지 말았어야 했지만, 라이트풋이 이끄는 시당국은 이미 주민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지역주민들은 톨리도 사건 현장 동영상이 공개된 후 라이트풋 시장 자택 인근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고 총격 경찰관 기소와 함께 시장 퇴진을 요구했다.
한편 시카고 시를 관할하는 쿡 카운티 검찰은 동영상 공개 하루만인 지난 16일, 부검사장 제임스 머피에게 휴직(administrative leave) 처분을 내렸다.
머피 검사는 지난 10일 법정에서 "톨리도가 피격될 당시 오른손에 총을 쥐고 있었다"며 "경찰 총에 맞고 쓰러질 때 쥐고 있던 총이 울타리 뒤로 튕겨 나갔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동영상 확인 결과 톨리도는 피격되기 전 경찰 지시에 따라 총을 버리고 두 손을 들어 투항 의사를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검찰 대변인은 "머피 부검사장이 법정에 서기 전 모든 동영상을 다 확인하지 못했던 것으로 생각된다"며 "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리를 떠나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의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카고는 지난 2015년, 경찰이 10대 흑인 소년 라쿠안 맥도널드(당시 17세)에게 16차례 총을 쏴 사살한 현장 동영상이 사건 발생 1년여 만에 공개돼 전국적인 공분을 산 바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비서실장 출신 람 이매뉴얼 당시 시장(61·민주)은 자신의 오른팔 역할을 하던 게리 맥카시 경찰청장을 경질해 상황을 일단 수습했다.
그러나 이매뉴얼 시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검·경의 도움을 받아 동영상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사장은 선거에서 패하고 이매뉴얼 시장도 결국 3선 출마를 포기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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