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페루 소설가의 변심?…"이번 대선엔 후지모리가 차악"
'反후지모리'였던 바르가스 요사, 대선 결선서 게이코 후지모리 지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 부녀의 반대쪽에 줄곧 서 왔던 페루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이번엔 딸 게이코 후지모리(45)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바르가스 요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에 쓴 칼럼에서 "페루인들은 게이코 후지모리에게 투표해야 한다"며 "그가 '차악'인 데다 집권 시에 우리 민주주의를 지킬 가능성도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는 6월 6일 치러질 페루 대선 결선에서 좌파 성향의 교사 페드로 카스티요 대신 후지모리에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바르가스 요사는 교사인 카스티요가 "경제적으로는 극좌이고 사회적으로는 극우"라며 그가 당선될 경우 군사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바르가스 요사는 또 "카스티요가 당선되면 페루는 다시는 깨끗한 선거를 치를 수 없을 것"이라며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아래 베네수엘라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201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르가스 요사는 젊은 시절엔 쿠바 공산혁명을 지지하기도 했지만 이후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냈다.
좌우를 막론하고 권위주의 정부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었으며, 줄곧 '독재자' 후지모리 전 대통령과 그의 장녀이자 보수정당 대표인 게이코 후지모리의 반대편에 섰다.
1990년 대통령 선거에서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맞서다 낙선했고, 이후 후지모리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게이코 후지모리가 2011년과 2016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도 바르가스 요사는 상대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2011년 대선 당시 그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끔찍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인물"이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독재자의 딸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며 상대 좌파 후보를 밀었다.
2016년 대선 때엔 "후지모리주의의 승리는 독재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두 번의 대선에서 오얀타 우말라와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이 각각 당선된 데에는 바르가스 요사의 지지 선언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처음으로 후지모리의 손을 들어준 바르가스 요사는 이번 칼럼에서 게이코 후지모리에게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법치주의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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