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국 정책 루비콘강 건넜다…中, 보복조치 가능성"
전문가 '미일의 명확한 메시지' 평가…후폭풍 우려 강해
"중국은 일본의 최대 무역 상대국…디커플링으로 부담 커진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미일 공동성명에 약 52년 만에 대만 문제를 명시해 중국이 반발하는 가운데 중일 관계에 상당한 파장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중국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번 성명의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케우치 유키오(竹內行夫)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일본이 이번에 중국에 대한 인식을 명확하게 표명한 것이고 "일본·미국이 일치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후폭풍을 우려했다.
그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에게 각오가 있었는지는 불명확하지만 이번에 중국에 대한 의사 표명은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중국의 '보복 조치'도 생각할 수 있다"는 의견을 아사히(朝日)신문에 밝혔다.
중국 측 학자는 상당히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구이융타오(歸泳濤) 중국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 부교수는 "대만은 중국에 있어서 특히 중요한 '핵심적 이익'이다. 미일 정상 공동성명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명기한 것은 중국 입장에서는 내정간섭"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최근 수년 우호를 향하던 중국의 대일 정책이 전환할지 어떨지 갈림길에 접어들 것"이라며 "중국과 미국 사이에 대만 문제가 격화하는 경우 최전선에 서는 것은 일본이다. 일본이 미국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안전보장의 위험을 안게 된다는 딜레마를 일본 자신이 더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라타 고지(村田晃嗣) 도시샤(同志社)대 교수는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이 명기된 것은 "미국의 대중 정책이 반세기 만에 전환"한 것이라며 중국에 우려를 표명하고 국제 질서의 존중을 요구하는 등 "명확한 메시지가 된 것"이라고 요미우리(讀賣)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 측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주변에서 위협적인 행동에 나설지 모른다"며 중국의 반발로 인해 일본이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마에시마 가즈히로(前嶋和弘) 조치(上智)대 교수(정치학)는 "중국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의 폐해가 커져서 대만이 발화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성명에서 대만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 상황"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진단했다.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긴밀하게 얽혀 있는 일본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적 난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시타 마리(岩下眞理) 다이와(大和)증권 수석시장이코노미스트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문제는 중국의 대응에 따라서는 일본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중국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을 규제하는 등 조치를 하면 반도체 제조 장비나 자동차 부품 등 수출 비중이 큰 품목의 공급망에 영향이 생긴다"며 미국 중국 양국 모두와 경제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어왔던 일본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미국이 일본에 대해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요구하면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본은 대중국 수출과 수입 모두 전체 교역량의 20%를 넘으며 중국이 일본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라서 미중 대립이 격화하면서 경제나 공급망 탈 중국화를 추진하는 경우 일본 경제가 상당한 속박을 받을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경제산업성의 한 간부는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규제를 요구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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