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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세자, EPL 뉴캐슬 인수 지연되자 존슨 총리에 개입요청
"영국-사우디 관계 악화할 수도" 압박…영국 정부는 압력 행사 부인
카슈끄지 살해 책임·EPL 경기 불법 중계 등 논란되자 결국 인수 계획 철회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유나이티드 인수를 위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개입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 총리실은 그러나 정부가 뉴캐슬 인수 작업과 관련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15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데일리 메일 등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6월 26일 존슨 총리에게 문자를 보내 뉴캐슬 구단 인수 승인을 요청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문자에서 "EPL이 결정을 재고한 뒤 잘못된 결론을 바로 잡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영국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영국과 사우디 간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문자를 받은 존슨 총리는 에드워드 리스터 걸프 지역 담당 특사에게 이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전부터 영국 정부는 사우디의 뉴캐슬 인수 작업 과정에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6월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가 EPL 측에 인수와 관련한 내용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외무부와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한 사실도 드러났다.
존슨 총리가 문자를 받은 시점은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 펀드(PIF)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의 뉴캐슬 인수 시도가 지연되면서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을 때였다.
컨소시엄은 지난해 4월 뉴캐슬 구단을 3억 파운드(약 4천6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EPL 사무국의 '소유주·이사진 테스트'(Owners and Directors test)를 통과하지 못하며 인수가 지연되자 지난해 7월 계획을 철회했다.
소유주·이사진 테스트에 따르면 형사 유죄 판결을 받거나 스포츠 기구에 의해 금지된 자, 승부 조작 등 축구 규정을 위반한 자는 구단주나 구단 이사가 될 수 없다.
EPL 사무국은 PIF가 사우디 왕가 소유로, 컨소시엄이 뉴캐슬을 인수하면 사우디 왕가를 뉴캐슬의 새 구단주로 봐야 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PIF의 실소유주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사실상 뉴캐슬 구단주로 본 셈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10월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카슈끄지 암살을 빈 살만 왕세자가 승인했다고 판단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사우디 왕가는 또 자국 내 스트리밍 서비스 '뷰트큐'가 중계권 없이 EPL 경기를 불법으로 중계하는 것을 방조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가디언은 존슨 총리와 영국 정부가 사우디의 뉴캐슬 인수를 지지했지만, EPL의 결정을 되돌릴 수 있는 직접적인 권한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정부 대변인은 뉴캐슬 인수 협상과 관련해 정부는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해외로부터의 투자를 환영하지만, 이 문제는 당사자들 간의 상업적 측면에 관한 것이었다"면서 "정부는 뉴캐슬 인수와 관련해서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는 "뉴캐슬 인수 시도는 사우디의 노골적인 '스포츠워싱'(sportswashing) 사례"라고 지적했다.
스포츠워싱은 개인이나 기업, 국가 등이 좋지 않은 여론이나 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앰네스티 영국지부는 "빈 살만 왕세자가 영국 총리실에 압력을 가할 당시에도 여전히 전 세계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충격을 겪고 있었고, 사우디 인권 운동가들은 감옥에서 고생하고 있었으며, 사우디 전투기들은 무차별적으로 예멘을 폭격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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