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 결정 6년 지났지만 오바마 기념관 건립 논란은 진행형
14일 착공 위한 사전공사 돌입…오바마 재단 "되돌릴 수 없는 일"
시민단체 "국립 사적지에 민간시설 안 돼" 새 소송 제기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기념관 건립 부지를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오바마 재단은 시카고 남부 미시간호변의 유서 깊은 시민공원 잭슨파크를 '오바마 센터' 건립 부지로 결정한 지 만 6년 만인 14일(현지시간) 마침내 착공을 위한 사전공사에 돌입했다.
그러나 같은 날 시민단체 '프렌즈 오브 더 파크스'(Friends of the Parks·FOP)는 부지 이전을 요구하는 새로운 소송을 제기했다.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FOP는 이날 연방법원 일리노이 북부지원(시카고 연방법원)에 "국립 사적지 잭슨파크에 오바마 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잭슨파크 주변 환경을 지키기 위해 연방 당국이 오바마 센터 부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해야 한다"며 시카고시, 오바마 재단,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뎁 할랜드 내무장관 등을 피고로 명시했다.
그러나 오바마 측은 이날 잭슨파크에서 오바마 센터 단지 조성을 위한 사전작업을 시작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이 인프라 구축 작업에 2억 달러(약 2천2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며 이 작업은 오는 9월 착공 때까지 계속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FOP는 "잭슨파크에서 오바마 센터 건립 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계속 싸워나가겠다"는 각오다. 2018년 처음 소송을 제기하고 법정 싸움을 해온 FOP는 "이번 소송은 완전히 새로운 소송이다.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소송에 대해서는 연방 대법원에 심의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 오바마 재단은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며 관철 의지를 확인했다.
재단 측은 연방 당국이 지난 2월 오바마 센터 건립을 승인한 이후 진행에 속도가 붙었다며 "잭슨파크에 오바마 센터가 들어서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반드시 잭슨파크에 오바마 센터를 짓겠다고 다짐했다.
오바마 센터는 시민단체의 소송 외에도 개발 수익 분배를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 국립 사적지 보존법 및 환경법 위반 논란 등으로 좌초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연방 도로청(FHA) 주도로 2017년부터 4년간 계속된 환경영향평가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틀 만에 승인되며 추진력을 되찾았다.
오바마는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15년 시카고 잭슨파크를 기념관 부지로 최종 발표하면서 빠르면 2020년 늦어도 2021년 개관을 기대했었다.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는 오바마가 또 다른 건립 후보지였던 슬럼화한 흑인 밀집지구 워싱턴파크로 부지를 변경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
잭슨파크의 경우 미국의 전설적인 조경가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1822~1903)가 설계해 1873년 문을 열었다. 1893년에는 세계 만국박람회가 열렸으며 곳곳에 조성된 연못과 정원, 기념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1974년에는 국립사적지로 등재됐다.
오바마 재단은 대통령 기념관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잭슨파크 8만㎡ 땅을 99년간 단돈 10달러에 사용하는 계약을 시카고시와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 대통령 기념관 전례를 깨고 오바마 센터를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시스템에 속하지 않은 민간시설로 건립, 독자적으로 관리·운영하기로 했다.
한편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민주)과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민주)는 마티 네스빗 오바마 재단 이사와 함께 이날 잭슨파크 인근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에서 회견을 열고 일리노이주와 시카고시가 오바마 센터 주변 도로 시스템 재편에 2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시카고시는 오바마 센터 인근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별도로 1천만 달러를 투입,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확대 조성하기로 했다.
총 5억 달러(약 5천500억 원)의 공사비가 책정된 오바마 센터에는 오바마 기념관, 오바마 재단 사무실, 시카고 공립도서관, 대형 체육관, 야외 공연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단지 내에 PGA급 골프장도 설계됐다.
오바마 재단은 오바마 센터 건립에 약 4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스빗 오바마 재단 이사장은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센터 착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