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특사' 만난 대만 차이잉원 "중국이 평화 위협"
중국 보란 듯 전과정 생방송 홍보, 미·대만 '밀착' 과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에 보낸 사실상의 특사단 성격을 띠는 '비공식 대표단'이 15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공개 예방하면서 미국과 대만의 긴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15일 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이날 총통부에서 크리스 도드 전 상원의원이 이끄는 바이든 대통령의 비공식 대표단 일행을 접견했다.
차이 총통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만에 대표단을 보냄으로써 대만과 미국이 지속해서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친구인 도드 전 의원이 이끄는 방문단에 아미티지, 스타인버그가 포함된 것은 미국의 초당적인 대만 지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관계법 제정(4월 10일) 42주년을 계기로 대만에 보낸 대표단에는 민주당 소속인 도드 전 상원의원 외에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각각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리처드 아미티지와 제임스 스타인버그도 포함됐다.
차이 총통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미국의 대만 지지가 반석처럼 확고하다'고 발언했다고 언급하면서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대만과 미국의 관계가 계속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차이 총통은 미국 대표단 앞에서 중국의 군사적 압박을 비판하면서 역내 안정을 위해 미국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근래 중국은 빈번하게 대만 주변 바다와 상공에 군함 등을 보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며 "대만은 미국 등 국가와 함께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만은 미국의 대표단 일행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안팎에 공개하면서 미국과의 밀착 상황을 과시했다.
총통부는 이날 차이 총통과 미국 대표단의 만남 전 과정을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했다.
대만 외교부도 전날 오후 미국 대표단의 타이베이 쑹산(松山)공항 도착 장면을 내외신에 공개해 촬영할 수 있게 했다.
이는 과거 미국과 대만이 중국 측의 반발을 의식해 상호 만남을 최대한 언론에 노출하지 않던 관행과 다른 모습이다.
미중 신냉전이 가속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미국은 대만과 접촉하는 데 중국의 눈치를 더는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말기 미국 국무부는 대만 관리들과 접촉 금지 제한을 풀었고 최근 바이든 행정부 들어 국무부는 한발 더 나아가 대만 관리들과의 접촉을 장려하는 새 지침을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 대만에 동시에 사실상의 첫 특사단을 보낸 점도 눈길을 끌었다.
도드 전 의원 일행이 대만에 도착한 14일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도 상하이에 도착했다.
케리 특사 일행과 도드 전 의원 일행은 모두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중국과 대만을 방문하는 첫 미국 정부의 고위 대표단이라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반발에도 대만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균형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이 1979년 미중수교 때 합의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배치된 행동이라면서 대대적인 무력 시위를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한다.
따라서 최근 들어 대만 문제는 미중 간 우발적 군사 충돌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미국 중국 사이의 가장 심각한 갈등 지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대표단이 도착과 함께 중국은 또 대만과 멀지 않은 곳에서 무력시위성 군사훈련에 들어갔다.
중국 해사국은 15일부터 20일까지 대만해협과 가까운 남중국해 난펑(南澎)열도에서 실사격 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난펑열도는 국공내전이 끝난 1952년 중국군과 대만군 사이에 국지적 전투가 벌어져 양측에서 수백명이 전사했던 곳이다.
한편, 미국 대표단 일행은 이날 총리 격인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과 우자오셰(吳釗燮) 외교부장과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대표단은 이날 밤 차이 총통이 마련한 만찬 행사에 참석하고 나서 16일 귀국길에 오른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