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군부독재 더 무서워…시민불복종, 군사정부 마비"
시민불복종 운동 미얀마 의사 3인 인터뷰…"거리·사설병원서 의료서비스 지속"
"비슷한 아픈 경험 가진 한국민들의 응원에 감사…내전 일어나도 환자 치료할 것"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에 지금까지 가장 큰 타격을 준 저항은 시민불복종 운동(Civil Disobedience Movement·CDM)이다.
의료·금융·교육 등과 같이 국민 생활과 직결되거나 철도·항만 등과 같이 산업의 대동맥을 차지하는 주요 분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군사정권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민 아훙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CDM이 병원과 학교, 도로, 사무실 그리고 공장을 멈춰 세웠다고 비판한 것이 그 방증이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국제사회에서는 시위가 열려도 그들은 업무를 중단시키지는 않는다"며 "CDM은 국가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은행은 올해 미얀마 경제가 10% 뒷걸음질 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 요인으로 '은행과 물류 등 주요 공공서비스 차질'을 거론했다.
이를 의식한 군정은 조만간 모든 주요 부문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현지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해고는 물론이고 처벌된다"는 위협과 엄포에도 불구하고 관사에서 쫓겨나면서까지 많은 이들이 CDM을 계속하겠다며 결의를 보인다.
연합뉴스는 양곤의 한 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다가 2월1일 쿠데타 이후 CDM에 참여 중인 의사 3명을 지난 12일 양곤의 모처에서 만났다.
미얀마 의사들은 쿠데타 이후 시민불복종 운동을 이끌었다. 기자가 만난 의사 3명도 쿠데타 이후 누구보다 먼저 CDM에 참여한 이들이다.
이들은 군부 수배령 때문에 집에 들어갈 수 없어서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거리에서, 사설진료소 등에서 미얀마 국민들을 위해 쉬지 않고 무료 진료에 참여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기자가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이유를 묻자 "원하지 않는 정부 아래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는 대답이 나란히 돌아왔다.
의사 A씨는 "시민불복종 운동은 쿠데타 정권에 반대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CDM으로 독재정권이 마비되도록 할 수 있다"면서 "CDM을 통해 궁극적으로 독재정권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군인과 경찰들이 이 운동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유혈 사태를 최소화하면서 시민불복종 운동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군인과 경찰들이 CDM에 참여할 때까지 끝까지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여전한 상황에서 CDM 참여가 부담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국립병원에는 출근하지 않지만, 무료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시위에 앞장서고, 시위 현장에서 다친 시위대에 대한 응급치료를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또 사립병원에서 최저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른 의사들도 여러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그래서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하는데도 국민들이 의사들을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지는 않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사 B씨도 "평생 군부독재 아래에서 독재자를 위해서 살아야 하는 공포로 인해 코로나19가 더는 무섭지 않은 것이 돼버렸다"며 국민들이 의사들의 CDM 참여에 비판 보다는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CDM 운동과 민주진영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와의 관계에 대해 "서로 연결돼 CDM이 CRPH를 뒷받침하고, CRPH 또한 CDM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향후 반(反)군부 운동의 전망에 대해서 A씨는 "시민불복종 운동만으로 싸울 게 아니라 민주 세력도 무장하고 무기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 C씨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쿠데타 이후부터 독재정권과 싸우고 있다"며 "모든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참여하면 우리가 원하는 연방민주정부와 연방군이 구성될 것"이라고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놨다.
그러면서 "CRPH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 협상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씨는 한국에 대해서도 "한국도 군부독재를 겪었다. 또 5·18을 다룬 한국 영화에서 한국민의 저항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며 "비슷한 아픈 역사를 겪었던 한국 국민들이 미얀마 국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지지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투쟁은 결정적인 마지막 투쟁이 될 것"이라며 "지면 군부독재 아래에서 인권을 짓밟히면서 평생을 탄압당하고 살게 되고, 이기면 5년 안에 동남아시아에서 발전하는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씨는 내전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시위 현장에서 연결망을 구축해 놓은 단체들과 임시 장소들을 이용해 환자들을 계속 치료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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