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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라비다] 올림픽 꿈 향해 하이킥…멕시코 한인 '태권 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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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라비다] 올림픽 꿈 향해 하이킥…멕시코 한인 '태권 부녀'
이강영 멕시코 품새 대표팀 감독과 청소년 대표인 딸 서현
"태권도, 멕시코의 효자종목…올림픽 품새 메달이 꿈"



[※ 편집자 주 : '비바라비다'(Viva la Vida)는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중남미에 거주하는 한인, 한국과 인연이 있는 이들을 포함해 지구 반대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소식을 전하는 특파원 연재 코너입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첫 딸이 태어났을 때 태권도 사범인 아빠는 배냇저고리 대신 아주 작은 태권도복을 특수 제작해 입혔다.
날 때부터 태권도인의 운명을 타고난 딸은 청소년 대표선수가 되어 감독인 아빠와 함께 세계 무대를 누빈다.
우리나라가 아닌 먼 멕시코에서 활약하는 이강영(46) 태권도 품새 대표팀 감독과 큰딸 서현 세실리아 이 김(17·한국이름 이서현)의 이야기다.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에 사는 '태권 부녀'는 11일(현지시간) 전화 인터뷰에서 대를 이은 태권도 사랑을 앞다퉈 뽐냈다.
이 감독이 처음 멕시코에 온 것은 1998년이다. 태권도 겨루기 선수로 경기도 대표까지 지냈던 그는 제대 후 다른 나라에서 태권도로 성공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품었고, 꿈을 펼칠 무대로 멕시코를 택했다.
멕시코는 멕시코 태권도의 대부로 불리는 문대원 사범을 시작으로 여러 한국 사범들의 노력 덕에 태권도 저변이 넓은데 이 감독이 처음 갔을 땐 여전히 태권도를 잘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태권도는 '가라테 코레아노'(한국 가라테)라고 불렸어요. 이후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멕시코에서 메달리스트도 나오면서 더 많이 알려졌죠. 지금 주변에서 가라테 도장은 찾아보기 힘든 반면 태권도장은 4천∼5천 개에 달합니다."
우리나라에 그러하듯 멕시코에도 태권도는 올림픽 효자 종목이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등 총 7개의 메달을 안겼는데, 이는 육상, 복싱 다음으로 좋은 성적이다.

태권도 중에서도 품새에 있어서는 이 감독이 멕시코 내 선구자나 다름없다.
품새는 겨루기와 달리 대전 상대 없이 정해진 형식에 맞게 이어놓은 공격과 방어 기술을 선보이는 종목으로, 체조나 피겨스케이팅처럼 심판이 규정에 따라 채점해 우위를 가린다.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추가됐고, 미주 대륙의 종합 체육대회인 팬암게임에서도 2019년부터 품새에 메달이 걸렸다.
한국에서 겨루기와 품새를 함께 했던 이 감독은 멕시코에서 품새 제자들을 양성하기 시작해 멕시코를 미주 최고의 품새 강국으로 만들었다.
2018년 대만에서 열린 세계품새선수권대회에서 이 감독이 이끄는 멕시코 대표팀은 우리나라와 개최국 대만에 이어 종합 3위를 차지했다.
당시 멕시코가 딴 3개의 금메달 중 1개는 이 감독의 딸 서현이가 가져온 것이었다.
청소년부 자유품새 개인전에서 명품 기술로 우승을 차지한 서현이는 마음 졸이며 경기를 지켜봤던 이 감독과 눈물의 포옹을 나눴다.
"경기 후에 아빠랑 눈이 마주치자 감정이 복받쳤어요. 2014년 멕시코 아과스칼리엔테스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렸을 때 아빠가 구경 온 제게 '나중에 네가 저기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게 생각났죠. 아빠랑 안았을 때 아빠 가슴이 그렇게 빨리 뛰는 건 처음 들어봤어요."
서현이는 기억에도 없던 아주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를 했다고 했다. 처음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자연스럽게 아빠를 따라 했는데 클수록 태권도에 빠지게 됐다.
아빠는 도장에서 딸을 편애하거나 특별히 챙겨준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오히려 더 엄하게 대했고, 도장에서 딸을 혼낸 날은 집에 와서 달래주기 위해 코미디언이 됐다.
서현이는 "어릴 때는 아빠가 언제 사범이 되고, 언제 도로 아빠가 되는지 구분하는 게 헷갈렸다"고 말했다.
그렇게 때로 엄격하고 때로 자상한 아빠 밑에서 태권도를 익힌 서현이는 공중 3단 돌려차기가 일품인 품새 청소년 대표가 됐고, 세계 정상에까지 섰다.

멕시코에서 유학 중이던 김지원(43) 씨와 결혼한 이 감독은 서현이 아래 딸 둘이 더 있다. 둘째 나연(14)이와 막내 서윤(11)이도 태권도복을 입는다. 나연이는 유소년(카뎃) 대표다.
엄마 김씨는 "셋 다 태권도를 즐기면서 하고 성격도 자신감 있게 변했다"며 "힘든 훈련을 하고도 늦게까지 학교 공부를 하는 걸 보면 안쓰러울 때도 있지만, 좋은 점이 더 많아 엄마로서는 찬성"이라고 말했다.
친구들과는 다른 외모 탓에 어릴 때 다소 소심한 성격이었다는 서현이도 태권도를 하면서 더 자신감을 얻고 또래보다 성숙해졌다고 말한다.
서현이는 "품새는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내 에너지나 감정은 다른 이들에게 전달해주는 것이라 더 매력이 있다"며 "경기에서 어렵고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 심판이나 관중이 환호하는 것을 보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고 말했다.
역사와 생물 과목을 특히 좋아한다는 서현이는 한의사를 비롯한 다른 꿈도 탐색하는 중이다. 서현이를 비롯한 태권도 수련생들이 대부분 학교 성적도 상위권이라고 이 감독은 말했다.
일단 지금은 태권도 감독과 선수로서 부녀가 이루고픈 꿈이 많다.
이 감독과 서현이, 그리고 동생들은 곧 있는 멕시코 국가대표 선발전과 내년 경기도 고양에서 열릴 세계품새선수권대회, 다음 팬암대회 등을 위해 종일 땀을 흘리고 있다.
무엇보다 올림픽에 품새가 정식종목이 되어 부녀가 함께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 꿈이다.
서현이는 "내가 선수 생활할 때 품새가 올림픽 종목이 안 된다면 동생들이라도 아빠와 함께 올림픽 무대에 섰으면 좋겠다"며 "동생들이 나보다 더 잘한다"고 귀띔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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