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0년전 美정찰기 충돌 희생' 조종사 추모…"재발 우려"
중국군 1일부터 남중국해 훈련…"역사 되풀이되지 않을 것" 의지 피력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 전투기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군 정찰기와 충돌해 조종사가 희생된 지 20주년을 맞아 중국 내에서 추모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유사 사고 재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2일 미군의 남중국해 활동을 공개해온 베이징(北京)대 싱크탱크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SCSPI)에 따르면 SCSPI는 전날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2001년 4월 1일 미 해군 EP-3 정찰기가 하이난(海南) 동남부 104km 지점에서 근접정찰하다 중국 전투기의 제지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양국 군용기가 충돌해 중국 젠(殲·J)-8Ⅱ 전투기 1대가 추락하고 조종사 왕웨이(王偉)는 실종된 바 있다.
SCSPI는 미군의 대중국 근접 정찰이 20년간 계속 심해졌다면서 "미국이 근접 정찰을 포기하지 않겠지만, 그에 따른 군사적 마찰 위험을 낮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서 "현재의 미중관계와 지금의 세계는 또다시 이러한 물리적 충돌이나 의지력 테스트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SCSPI는 그러면서 미군 컴뱃 센트(RC-135U) 정찰기가 지난달 22일 광둥·푸젠성 인근 영해 기선 밖 46.9km 지점까지 초근접 비행하며 정찰한 것 등을 거론했다.
왕웨이의 소속 부대였던 남중국해 함대는 추모글을 통해 "중국해군은 절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영웅에게 최선의 위문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오늘날 세계에서는 팔뚝이 굵고 주먹이 크다고 마음대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면서 "힘을 믿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해사국은 군사훈련을 이유로 1~30일 광둥성 레이저우(雷州) 반도 서부 남중국해 해역 반경 5km 지점에 대한 선박 출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익명의 한 군사전문가는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지난달에도 동일한 지역에서 한 달간 훈련한 바 있고, 해당 지역에서 자주 훈련이 있다"면서 정기훈련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그렇지만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훈련이 미중 군용기 충돌 사고 20주년 되는 날에 맞춰 시작한 점에 주목했다.
이 군사 전문가도 "남중국해 훈련은 중국에 나쁜 의도를 가진 미국 등의 국가에 경고가 된다"면서 "20년 전과 같은 사고가 재발하면 모든 책임은 미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중국은 사고 당시보다 훨씬 강력하다"면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근접 정찰을 계속 강화하고 있어 유사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군사전문가 한둥(韓東)도 펑파이 인터뷰에서 미군 무인기 정찰을 거론하며 "무인기는 제지하는 상대 비행기의 신호에 둔감해 오판이 일어나기 쉽다"면서 "항로를 이탈해 상대 영공에 들어가면 격추되기 쉽고,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중앙(CC)TV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추모 글과 영상을 발표하며 왕웨이의 순국을 대대적으로 추모했고, 중국인들은 그를 기리며 열사묘에 참배했다.
인민일보는 추모 동상 앞에 많은 꽃다발뿐만 아니라 최근 미중간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 당시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양제츠(楊潔?)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사진 등도 놓여 있었다고 전했다.
미·중 간 갈등 고조 속에 중국은 앞서도 과거 서방으로부터 입었던 피해에 대해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은 26일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에 의한 세르비아 주재 중국대사관 오폭 사고 현장을 찾아 추모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코소보 전쟁 때인 1999년 5월 나토군의 중국 대사관 오폭으로 중국기자 3명과 세르비아인 14명이 사망하고 20명 이상이 다쳤다.
웨이 부장은 "중국군은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주권, 안보, 개발이익을 수호할 충분한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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