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2세들, 베를린 도심서 "인종차별 맞서 싸우자" 집회
미 애틀랜타 총격사건 애도 집회…"추모하며 저항하자"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추모하며 저항하자", "인종차별이 끝날 때까지 맞서 싸우자"
아시아계 2세들이 28일(현지시간) 독일의 수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인근 주독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를 멈추라고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독일 아시아계 2세 네트워크인 'ichbinkeinvirus(나는바이러스가아니다).org', 댐(DAMN·독일아시아이민자네트워크), 코리엔테이션(Korientation·아시아·독일적시점네트워크), 코리아협의회, YEOJA매거진, 바프넷(BAFNET·베를린아시아필름네트워크) 등의 단체가 주최한 이 날 집회에는 500여 명이 참가했다.
공동사회를 맡은 코리아협의회 위안부 실무그룹 소속 활동가인 베트남인 응우옌 투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독일내 아시아계 소수자로서 지난 16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인종차별주의적 총격 희생자 8명을 애도하고, 이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오늘 이곳에 결집했다"고 말했다.
그는 "희생자 중 6명은 아시아계 여성이었다. 이는 단순한 증오범죄가 아니라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주의, 여성혐오와 자본주의의 증상"이라며 "우리가 아시아계 여성을 과도하게 성적 대상화를 하는 사회에 살기 때문에 이들은 살해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희생양이 되기를 거부한다"면서 "우리는 흑인을 비롯해 다른 유색인종과 연대해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차별주의가 끝날 때까지 단결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아시아계 2세 예술가들의 노래와 랩 공연이 이어졌다.
지나 쉰들러 코리엔테이션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날 발언에서 "애틀랜타에서 살해당한 한국인과 중국인 이민 여성들은 고령에도 가족들을 위해 힘들게 일한 여성들"이라며 "이들은 우리의 인정과 존경을 받을만하다. 우리는 여러분을 잊지 않겠다. 편히 쉬시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에 빗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아시아인들을 코로나19 팬데믹의 속죄양으로 만드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이는 아시아인에 대한 공격과 차별을 상징적으로 정당화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아시아인에 대한 공개적인 공격과 차별사례는 급격히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독일 내 우리의 미래와 안전, 평등한 대우를 위해 싸워야 한다"면서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더는 어떤 차원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이날 발언에서 "지난주 소녀상 앞 추모집회에 이어 오늘 이렇게 모이다니 감격스럽고, 앞으로 아시아인을 비롯해 인종차별을 당하는 모든 이들이 앞으로 한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돼 힘이 솟는다"면서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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