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도 개발자로 채용" 네이버에 IT업계 기대·우려 교차
"교육 제도가 양성하지 못하는 개발 인력, 네이버가 배출할 수도"
"채용 안정성 저하할 것…대기업 '쓸어 담기'로 스타트업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IT·게임업계 개발자 영입 경쟁이 불붙자 네이버가 '비전공자 공채 신설'과 '정기적 경력 공채'라는 새로운 전략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개발자 채용 문호를 대폭 넓히는 것이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며 엇갈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29일 네이버는 올해 개발자 신규 채용 규모를 역대 최대인 900여명으로 정했다면서, 신입 공개 채용을 연 2회로 늘리고 비전공자 채용·육성 트랙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또 네이버는 매달 초 경력자를 뽑는 '월간 영입' 프로그램도 4월부터 신설하기로 했다.
IT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비전공자 채용·육성 트랙을 신설한다는 데 주목한다.
비전공자 트랙이란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등 개발 관련 전공을 하지 않았어도 IT 개발자로 자질이 있으면 선발해 개발자로 육성하는 제도다.
네이버 관계자는 "코딩 실력은 부족해도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지 보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채용·육성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인턴십 과정을 통해 배우고 정식 채용 기회를 얻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IT업계에서는 최근 2∼3년 사이에 비전공자를 개발자로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학에서 개발 관련 전공을 하지 않았어도 민간 교육 기관 등에서 속성으로 코딩을 배우고 개발자로서 기획력·창의력을 보이면 개발자로 취업할 수 있는 것이다.
개발 전공을 하지 않았지만, 개발자로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비전공 개발자를 배출하는 대표적인 민간 교육기업으로 꼽히는 패스트캠퍼스는 최근 개발자 취업 무료 교육과정 '네카라쿠배 프론트엔드 취업완성 스쿨 1기'를 모집했는데, 서류 통과자의 64%가 비전공자였다.
해당 과정은 15명을 선발해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취업을 목표로 교육한다. 무료 전일제 교육과정이다.
이 과정은 15명을 선발하는데 4천185명이 몰려 27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류 합격자는 928명이었는데 64%가 비전공자였다.
IT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비전공 개발자를 늘리는 시도가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 IT 기업 관계자는 "개발자에게 중요한 것은 논리적 사고력과 사회 문제를 디지털 기술로 해결하는 독창적인 시각"이라며 "코딩 경험이 다소 부족해도, 어차피 코딩 언어라는 것은 운영체제 발달 등에 따라 계속 바뀌기 때문에 일하면서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업데이트하느냐에 실력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이공계 최상위권이 IT 개발자가 되는데 우리나라는 의사나 과학자가 된다"며 "교육 제도가 우수 개발자를 배출하지 못하는데, 네이버 같은 대표 기업이 업계에 쓸만한 개발 인력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기업 관계자도 "어차피 개발자들에게는 '평생직장'이 없다. 네이버가 개발 인력을 늘린다는 것은 네이버가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게 아니라, 개발자 인력 시장 자체가 커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네이버의 행보가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지 의문이라는 업계 우려도 나온다.
한 중소 개발사 관계자는 "비전공 개발자 채용을 늘리고 경력 공채도 정례화하겠다는 것이 무슨 의미겠느냐. 어차피 개발자가 4∼5년 이상 다니지 않을 테니, 인력이 들어오고 나가는 인력 순환을 더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채용 안정성 측면에서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스타트업 소속 개발자는 "대기업이 개발자 쓸어 담기에 나설수록 중소·스타트업은 개발자 구하기 힘들어진다"며 "비전공 개발자는 결국 코딩 실력과 이해도가 떨어져 한계가 있다는 게 최근 업계 중론"이라고 우려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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