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방차관, '미얀마군의 날' 행사 참석…"쿠데타 세력 합법화"
"외국 사절 중 최고위 인사"…미얀마와의 군사협력 고려한 듯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쿠데타 세력의 시위대 유혈 진압으로 수백 명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미얀마에 국방부 고위인사가 이끄는 대표단을 파견해 비난을 사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차관이 이끄는 러시아군 대표단이 이날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미얀마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밝혔다.
약 8천 명의 군인과 200여 대의 군사장비, 45대의 군용기 등이 참여한 이날 열병식에는 러시아가 수출한 T-72 전차, 미그(MiG)-29 전투기, 밀(Mi)-24 공격용 헬기 등 러시아제 무기들도 선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일 군사 쿠데타를 주도한 인물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러시아와 러시아군 대표단은 우리의 진정한 친구"라며 국제사회의 쿠데타 세력 비난 와중에 미얀마를 찾은 러시아군 대표단에 사의를 표했다.
이에 포민 차관은 "미얀마는 동남아는 물론 전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러시아의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자 전략적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포민 차관은 미얀마군의 날에 참석한 외국 사절 가운데 최고위 인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군의 날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자국을 점령한 일본군에 맞서 미얀마가 무장 저항을 시작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포민 차관과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전날 회담에서 양국이 전략적 파트너로서 군사 및 군사기술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측은 포민 차관의 미얀마 방문이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지난해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 참석한 데 대한 답방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BBC 방송 러시아어판에 따르면 미얀마군의 날인 27일에도 군경의 시위대 무력 진압으로 89명이 숨졌으며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400명 이상의 시위대가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 야권은 러시아군 대표단의 열병식 참석에 대해 "러시아 관리들이 미얀마를 방문해 불법적 쿠데타 세력을 합법화하는 것은 역겨운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얀마의 민간인 희생 증가에 크렘린 대변인 명의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는 러시아가 군대표단 파견을 강행한 것은 미얀마가 근년 들어 러시아 무기의 주요 수입국으로 부상하는 등 무시할 수 없는 군사협력 대상국인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의 싱크탱크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4~2019년 사이 미얀마 정부가 구매한 무기의 16%가 러시아제다.
러시아는 이미 30대의 미그(MiG)-29 전투기, 12대의 야코블레프(Yak)-130 훈련기, 6대의 Su-30SM 전투기, 10대의 밀(Mi)-24 공격용 헬기 등을 미얀마에 수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향후 몇 년 내로 첨단 군용기, 장갑차, 방공무기 등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