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의 눈물…코로나 통제불능 속 인구 900만·의사 500명
의료체계 부실·허위정보·방역 정치화 '퍼펙트스톰'
한달새 확진자 3배…숨은감염 훨씬 많아 쑥대밭 우려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 파푸아뉴기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부실한 의료체계와 판치는 허위정보 때문에 시련을 겪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파푸아뉴기니는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아온 나라로 평가받아왔다.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해 3월 20일 처음으로 나왔고, 정부는 이틀 뒤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부는 국내선·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했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대규모 모임을 금지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으며, 장례식은 지정된 공동묘지에서만 치러졌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파푸아뉴기니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천275명이었다.
그런데 지난 한 달 사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천660명으로 불어났다. 한 달 만에 세 배로 늘어난 셈이다.
지난 26일 하루 동안 보고된 신규 확진자만 560명이다.
제임스 마라페 파푸아뉴기니 총리는 "지역사회에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율이 낮아 숨은 확진자가 많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달 초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파푸아뉴기니 일부 지역에서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30% 이상이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없는의사회(MSF)에 따르면 지난 26일 수도 포트모르즈비에 있는 한 대형병원에서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는 양성률이 40%에 달했다.
WHO가 각국 정부에 양성률이 5%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 재개방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해온 점을 고려하면 양성률 30∼40%는 지역사회 감염이 관리불능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구호단체 CARE의 저스틴 맥마흔은 높은 양성률은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확진자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일부 지역에는 코로나19 검사 역량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최근 파푸아뉴기니에서 코로나19 빠른 속도로 확산하게 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달 말 진행된 마이클 소마레 파푸아뉴기니 초대 총리의 장례식이 계기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소마레 전 총리는 췌장암을 앓다가 지난달 말 85살의 나이로 숨졌는데,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포트모르즈비에는 시민 수천명이 모인 바 있다.
호주 공영 ABC방송에 따르면 소마레 전 총리 장례식에 참가한 사람들 가운데 마스크를 쓴 사람은 많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자 제기된 것은 부실한 의료체계에 대한 지적이다.
이렇듯 파푸아뉴기니에서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퍼지자, 부실한 의료체계에 대한 지적이 바로 나왔다.
2018년 세계은행(WB) 통계에 따르면 파푸아뉴기니는 인구 대비 의사 수가 가장 적은 나라다.
파푸아뉴기니의 인구 1천명당 의사는 0.07명에 불과했는데, 세계 평균인 1.6명과 태평양 도서국 평균인 0.5명보다도 훨씬 낮았다.
마라페 총리는 지난해 4월에도 파푸아뉴기니에는 의사가 500명, 간호사가 4천명, 지역사회 보건직원이 3천명, 병상이 5천개 있다면서 "(코로나19) 비상사태에서 시민들을 지켜낼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케이트 쉬체는 이달 초 "약해진 보건 체계와 열악한 생활 조건이 합쳐지면서 파푸아뉴기니에 코로나19의 '퍼펙트 스톰'이 만들어졌다"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잘 지키지 않는 점과 코로나19에 대한 허위정보가 만연한 상태라는 점도 파푸아뉴기니의 상황을 악화하는 요인이라고 CNN은 전했다.
파푸아뉴기니 고로카에 사는 레바-로우 레바(48)는 그가 사는 지역을 보면 5명 중 1명 정도만 마스크를 쓰며, 수도 포트모르즈비에서도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역의 정치화 또한 파푸아뉴기니의 재난을 악화하는 요소로 거론된다.
파푸아뉴기니 야당 지도자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면서 코로나19 위험성을 경시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백신 접종을 계속함으로써) 시민들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면서 "정부가 바이러스 추가 검사를 위해 시민을 기니피그인 양 실험실에 제물로 바치고 있다
레바는 어떤 사람이 백신에 맞으면 목숨을 잃을까봐 두렵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 있다면서, 백신 불신이 만연해있다고 짚었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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