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운하 당국 "사고원인 바람 아냐"…평형수 9천t 빼고 부양(종합)
"기계 결함이나 사람 실수일 수도"…방향키·프로펠러 다시 작동
운하에 발 묶인 선박 총 321척…조사후 벌금 등 논의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컨테이너선 좌초로 수에즈 운하의 마비가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사고 선박을 물에 띄우기 위한 본격적인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당국은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은 바람이 아니며, 사람의 실수이거나 기계적 결함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의 오사마 라비 청장은 27일(현지시간) 수에즈 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좌초한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호를 물에 띄우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까지 준설선을 동원해 뱃머리가 박힌 운하 제방에서 2만㎥가량의 모래와 흙을 퍼낸 SCA 측은 총 14대의 예인선을 투입해 작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총톤수 22만4천t에 달하는 엄청난 배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9천t가량의 평형수도 뺐다.
라비 청장은 "다행히 사고 이후 먹통이 됐던 선박의 방향키와 프로펠러가 다시 작동하고 있지만 언제 배를 물에 띄울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 일단 배가 움직이면 쉬지 않고 작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거센 조수와 바람이 작업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면서 "지금 시도하는 작업이 실패하면 추가로 배의 무게를 줄여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구난작업에 투입된 '스미트 샐비지'의 모회사 보스칼리스의 최고경영자는 사고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내리기 위해 크레인이 이번 주말 현장에 도착할 것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는 전날 네덜란드 TV에 "강력한 예인선이 주말에 현장에 도착하는데, 예인선과 준설작업 그리고 높은 조류가 배를 물에 띄우는 데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배가 움직이지 않으면 뱃머리 쪽에 실려 있는 약 600여 개의 컨테이너를 빼내 무게를 더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라비 청장은 또 컨테이너선 좌초 원인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강한 바람이 주요 원인은 아니며 기계 또는 사람의 실수가 사고의 한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사고 선박이 운하를 가로막으면서 유발한 엄청난 손실의 책임과 관련해 그는 "벌금 등 조치는 조사가 끝난 후에 언급하겠다"고 말했다.
SCA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지 못한 채 발이 묶인 선박은 총 321척에 달한다.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에버기븐호는 지난 23일 오전 수에즈 운하 중간에서 좌초했다.
이 사고로 글로벌 교역의 핵심 통로인 수에즈 운하의 통행이 막히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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