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영·EU 등 서방에 '전쟁 예고' 수준의 경고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1962년 전쟁 하루 전 쓴 표현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신장(新疆) 지역 인권 탄압을 문제 삼으며 자국에 동시다발적인 제재를 가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을 향해 '전쟁 예고' 수준의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중국의 입'으로 불리는 외교부 대변인이 직접 1962년 중국이 인도와 전쟁을 벌이기 전날 사용한 강력한 표현까지 소환하며 서방 국가를 비난하면서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신장 문제는 민족, 종교,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반분열, 반테러, 반간섭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이른바 신장 문제를 정성껏 조작하는 이유는 위구르족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다"라며 "그들의 진짜 목적은 중국의 안정을 파괴하고 성장을 저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중국은 이라크나 시리아가 아니며 120년 전 8개국 연합국 아래의 청나라도 아니다"라며 "중국은 공명정대하고 당당하고, 중국을 향한 악의적인 거짓말과 소문은 폭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 대변인은 특히 "미국, 영국, 캐나다, EU가 중국에 가한 제재는 거짓말과 허위정보에 기반한 것"이라고 강조한 뒤 "중국은 인내심을 갖고 진실을 설명했지만, 안타깝게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를 사전에 일러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화 대변인이 말한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勿謂言之不豫也)라는 표현은 중국 외교 용어 중 가장 수위가 높은 문구다.
중국과 인도가 국경 갈등으로 전쟁을 개시하기 하루 전날인 1962년 9월 22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사론(社論)에 처음 이 표현이 등장했다.
지난해에는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첨단 무기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대만을 경고하는 데 사용된 표현이다.
화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 앞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의 비서실장을 지낸 국제안보 전문가 로렌스 월커슨이 2018년 8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고, 중국의 안정을 파괴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혼란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화 대변인은 이에 대해 "그들은 걸핏하면 소위 믿을만한 증인이나 정보원을 인용해 신장의 인권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며 "자기 정부의 고관을 믿을 것이지, 졸렬한 연극배우를 믿을 것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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