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의 '백신 성공' 총선에선 안먹혔다…연정 어려울 듯
5번째 총선 가능성 높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총선 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 구상에 먹구름이 끼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전의 성과를 전 세계에 자랑했지만 결국 유권자들의 표심을 모으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셈이다.
25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3일 치러진 총선 개표가 99.5% 이뤄진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정당 리쿠드당은 30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대 정당 지위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기존 의석수(36석)보다 6석이나 줄었다.
리쿠드당의 우호 세력인 초정통파 유대교 계열의 '샤스'(Shas, 9석), 토라유대주의당(UTJ, 7석), '독실한 시오니스트당'(Religious Zionist Party, 6석) 등의 의석을 모두 합해도 과반(61석에) 9석이 모자란 52석에 불과하다.
반면 네타냐후의 최대 정적인 야이르 라피드가 주도하는 중도 성향 '예시 아티드'가 17석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반네타냐후 블록' 정당들은 57석을 확보했다.
그 외에 의석을 확보한 정당은 극우성향의 '야미나'(Yamina 7석)와 아랍계 정당인 '통합 아랍 리스트'(UAL 4석)가 있다.
네타냐후가 연립 정부를 구성하려면 제삼지대에 있는 이들 2개 정당을 모두 끌어들이거나, 반네타냐후 블록의 이탈을 유도해야 한다.
야미나를 주도하는 국방부 장관 출신의 나프탈리 베네트와 UAL의 지도자 만수르 아바스 모두 네타냐후와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 친네타냐후 정당 가운데 일부는 UAL과의 협력을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어 사실상 네타냐후 중심의 연정 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베자렐 스모트리치 '독실한 시오니스트'당 대표는 이날 "아바스의 지지를 받는다면 우파 정부가 아니다. 내가 있는 한 안 될 일"이라고 못 박았다.
리쿠드당에서 탈당한 뒤 '뉴 호프'(6석)라는 정당을 만들어 반네타냐후 진영에 동참한 기데온 사르는 "네타냐후가 지도자로 있는 한 연정을 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년간 무려 4차례나 총선을 치렀다.
2019년 4월과 9월 총선 후에는 정당 간 이견으로 연립정부 구성이 불발했다.
지난해 3월 총선 후에는 네타냐후의 리쿠드당과 베니 간츠 국방부 장관이 주도하는 중도성향의 '청백당'이 코로나19 정국 타개를 명분으로 연정을 구성했다.
그러나 성향이 다른 두 연정 파트너는 사사건건 갈등했고, 결국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양당의 갈등 속에 연정은 출범 7개월 만에 파국을 맞았다.
이번에도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무려 5차례나 연거푸 총선을 치르는 상황을 맞는다.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의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은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정치적 위기다. 우리의 정치 시스템에선 이제 결정적 승자를 찾기 어려운 것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대응에 실패해 엄청난 비판을 받았던 네타냐후 총리는 백신을 조기에 확보해 성공적으로 접종을 진행하면서 반전을 꿈꿨다.
그러나 부패 혐의를 받으며 재판에 회부된 상황과 한계를 드러낸 대아랍권 외교 등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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