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장관, 취임후 첫 아프간 방문…공개일정 없던 깜짝행보(종합)
아프간 대통령 등 면담…5월 철군 시한 앞두고 "책임있는 분쟁 종결 원해"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이영섭 기자 =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을 깜짝 방문했다.
지난 15~18일 취임 후 첫 순방지로 일본과 한국을 찾은 뒤 인도를 방문했던 오스틴 장관이 이날 공개된 일정에 없던 아프가니스탄 행에 오른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아프간을 방문해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을 비롯해 아프간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과 면담했다.
아프간 대통령궁은 두 사람이 평화 절차와 폭력 증가에 대한 우려에 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은 미국이 2001년 아프간 전쟁을 개시한 이래 20년째 주둔한 미군을 언제, 어떤 식으로 철수할지 심각하게 검토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2월 아프간 무장반군 탈레반과 평화합의를 체결해 극단주의 무장조직 활동 방지와 아프간 정파 간 대화 재개 등을 조건으로 14개월 이내에 미군 등 국제동맹군의 철수를 약속했다.
탈레반은 약속대로 오는 5월 1일까지 모든 국제동맹군을 철수하라고 요구한다. 현재 아프간에 주둔한 미군은 2천500명이다.
그러나 친미 성향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협상이 지지부진하고 테러까지 빈발해 철수 시기상조론이 제기됐다. 미국이 손을 떼면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있다.
터키는 전날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평화 협상을 재개하도록 다음달 양측의 정상회담을 주선하겠다고 밝혔다.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 지도자가 참석하면 자신도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스틴 장관은 동행한 기자들에게 아프간 방문과 관련, 미 고위 당국자들이 이 분쟁의 책임 있는 종결과 다른 어떤 것으로의 이행을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결정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완전 철군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는 예상도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5월까지 완전한 철수는 힘들 것이라면서 결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해 당분간 소수의 군대가 남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
미국은 이달 들어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고위급 회담, 유엔 회의를 통한 협정 논의 방안을 담은 서한을 아프간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와 별개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과도정부 설립 등을 담은 별도 평화협정 초안을 제시했지만 아프간 정부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오스틴 장관은 "우리가 이 (검토) 절차를 진행하면서 모든 것을 염두에 둘 것이고, 가능한 많은 선택지를 열어두려고 한다"고 했지만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그는 가니 대통령과 면담에 대해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그의 우려를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철군에 필요한 합의 조건을 충족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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