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시장 1천억원 시대…이색 '굿즈맥주' 견인
'곰표·말표' 수제맥주 인기…"이벤트성 넘어 내실 다져야"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소위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경향과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취향이 맞물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천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국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 점유율도 2019년 1%대에서 지난해 3%까지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수제맥주의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 판매량은 GS25 445%, CU 498.4%, 세븐일레븐 550.6%, 이마트24 210.0% 각각 폭증했다.
수제맥주 대표 업체인 제주맥주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약 320억원을 기록해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수제맥주 인기 배경으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홈술 외에도 이색 상품인 '굿즈맥주'의 잇따른 흥행이 꼽힌다.
재미있는 이색 상품을 찾는 MZ세대를 겨냥해 다양한 협업 수제맥주가 출시됐고, 이들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전체 시장 '파이'도 덩달아 커졌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수제맥주 자체가 일종의 '굿즈화'(기념품화)하는 현상이 일어났다"며 "수제맥주 특성상 시장 유행과 소비 경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신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대한제분이 세븐브로이와 손잡고 만들어낸 '곰표 밀맥주'는 3일 만에 초도 물량 10만 개가 동이 나기도 했다.
구두약 브랜드 '말표'를 수제맥주에 접목한 스퀴즈 브루어리의 흑맥주도 3일 만에 10만 개가 팔려나갔다.
이 외에도 더쎄를라잇브루잉의 '유동 골뱅이 맥주', 핸드앤몰트가 인기 웹툰을 고려해 맥주로 만든 '유미의 세포들 맥주', 플래티넘 브루어리가 웹툰 호랑이 캐릭터를 활용한 '강한 IPA' 등이 잇따라 소비자를 만났다.
하지만 이 같은 다양한 굿즈맥주가 소비자 이목을 끌어 수제맥주의 저변을 넓힌 것은 사실이지만, 주로 협업을 통한 이벤트성인 만큼 업체 자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굿즈맥주는 이벤트용 맥주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어 맛과 품질 등 질적인 부분에서 경쟁력이 약화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진 만큼 앞으로는 개별 수제맥주 업체들이 각자의 개성을 어떻게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며 "이제는 수제맥주 업계의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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