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보내는 한국의 인사…'그리팅맨' 작가 유영호
"논란 속에 설치된 우루과이 1호 그리팅맨, 지역 명물 됐죠"
(메리다[멕시코 유카탄주]=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남미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 지난 2012년 지구 반대편 이름 모를 작가의 거대 조각상이 세워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현지에선 적잖은 논란이 벌어졌다.
왜 쓸데없이 돈을 들여 남의 나라 작가의 작품을 그것도 눈에 매우 잘 띄는 해변 공원에 세우느냐는 반발이 나왔고, 돈 주고 산 것이 아니라 기증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엔 작품이 나체라는 것에 대한 지적까지 나왔다.
그렇게 논란 속에 세워진 한국의 조각 '그리팅맨'(인사하는 사람)은 이제 몬테비데오 여행 책자에 등장하는 지역 명물이 됐다.
17일(현지시간) 멕시코 유카탄주 메리다 '대한민국로'에 해외 7번째 그리팅맨을 설치한 유영호(56) 작가는 몬테비데오 1호 그리팅맨 설치 과정을 떠올리며 "처음엔 낯선 것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상당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우루과이 일간 엘파이스에서 조각상 설치를 놓고 여론조사까지 했는데 부정적 반응이 80%였다고 했다. 그러나 여론이 반전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논란 속에 등장한 6m 높이 조각상은 그 낯섦과 독특함으로 금세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의도치 않게 노이즈 마케팅이 톡톡히 효과를 본 셈이었다.
"몬테비데오엔 중국 정부가 선물한 공자상도 있는데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그리팅맨은 사회적으로 시끄럽다 보니 설치 때부터 유명해졌고, 논란이 지나간 후엔 많은 이들이 좋아하게 됐습니다. 정중한 인사 모습을 보면서 한국인의 따뜻함을 알게 됐다는 반응도 많이 전해 들었죠."
서울대 조소과를 나와 독일서 유학한 유 작가는 전시회에서 만난 한 유명 네덜란드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보면서 인사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을 듣고 지구촌 그리팅맨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됐다.
"인사는 개인뿐 아니라 국가, 인종, 종교 간 모든 관계의 시작이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존중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한국식 인사의 의미를 곳곳에 전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확히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루과이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는 중남미를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이어졌다.
대서양과 태평양이 만나는 파나마의 파나마시티, 적도가 지나는 에콰도르 카얌베 등 주로 인류사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장소에 설치됐다.
이번에 그리팅맨이 설치된 메리다는 1905년 멕시코 한인 1세대 이민자 1천여 명이 온 곳으로, 116년 전 한국과 멕시코의 조우가 이뤄진 곳이다.
국내에도 양구, 연천, 제주 등에서 그리팅맨을 볼 수 있으며, 연내 인도네시아와 아프리카 가봉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영화 '어벤저스2'에도 나온 유 작가의 또 다른 작품 '미러맨'도 에콰도르 키토와 터키 부르사에 설치됐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경우 작품 제작과 운송 등에 드는 비용을 자비로 충당했다.
"그리팅맨 프로젝트를 보면서 사람들이 많이 하는 오해가 '돈 많이 벌었겠다'는 것입니다. 돈 받고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왜 그런 미친 짓을 하느냐'고 하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했다면 지금까지 지속하기가 오히려 더 어려웠을 수도 있어요. 지금의 오해들이 나중엔 충분한 이해로 바뀔 것으로 기대합니다."
유 작가는 아르헨티나의 땅끝 우수아이아,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스페인 타리파와 튀니지 탕헤르 등에도 그리팅맨 설치를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곳보다 가장 그리팅맨을 세우고 싶은 곳은 가까운 북한이다.
그는 "연천에 있는 그리팅맨이 바라보고 있는 곳에 마주 볼 작품을 세우고 싶어 다양한 경로로 여러 제안을 했다"며 "이것이 성사된다는 건 곧 남북관계가 진전했다는 의미일 테니 매우 뜻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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