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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언론 '아시아계 혐오' 집중조명…"인종 아닌 증오가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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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언론 '아시아계 혐오' 집중조명…"인종 아닌 증오가 바이러스"
경찰 '성중독 범죄' 거론에 "변호인이냐" 비난
"증오범죄 부추겨" 트럼프 책임론도
"인종차별의 퍼펙트스톰" 애틀랜타 총격사건 충격파 속 증오범죄 문제 잇따라 다뤄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미 언론들은 17일(현지시간) 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이 희생된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계기로 미국 등에서 만연해온 '아시아계 혐오' 병폐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범행 동기와 관련, 20대 백인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이 성 중독에 빠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듯한 경찰의 초동 수사 결과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번 사건은 명백한 증오범죄라는 진단도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년간 아시아계 상대 인종차별주의 공격과 위협이 급증한 가운데 일어난 이번 사건이 많은 서방 국가 내 아시아계 지역사회를 충격으로 뒤흔들어놨다며 미국을 포함한 서구 사회 내 아시아계 상대 증오범죄 문제를 짚었다.

이와 관련, 캐나다 토론토 대학 사회학과의 이주영 사회학과 교수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항상 존재해왔고 미묘하고 일상적인 편견의 형태로 치부돼왔을 잠복한 차별의 형태가 두드러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묘한 차별이 폭력과 보다 공공연한 괴롭힘의 형태로 전환되는 '퍼펙트 스톰'을 맞게 됐다"고 덧붙였다.
WP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서구 사회 전체적으로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 위험 수준에 치달았다며 유엔인권이사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관련 보고서 내용을 거론하기도 했다.

시카고트리뷴은 '애틀랜타 총격 용의자의 일진 사나운 날(bad day)과 백인 범죄의 눈가림'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경찰의 초동수사 결과 발표를 비판했다.
칼럼은 제이 베이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전날 발생한 총격사건을 설명하며 "어제는 그(용의자)에게 정말로 일진이 사나운 날이었다"고 언급한 점이나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의 성중독 가능성을 거론한 점 등을 들어 베이커가 용의자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확산한 반(反) 아시아계 정서 및 혐오 범죄 급증세 등에 비춰 용의자의 '광란'을 성중독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증오 범죄로 심각하게 다룰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성중독'이라는 것은 인종차별주의와 여성혐오가 얼마나 깊게 뒤얽혀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 자체를 날려버리는 쓸데없는 표현이라면서 이는 여성에 대한 백인 남성의 폭력이 있을 때마다 여성혐오나 백인 우월주의, 극우 과격주의라는 본질을 흐리기 위해 동원돼온 핑곗거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칼럼은 백인 우월주의가 KKK와 같은 극우 단체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라 미묘하게 전염되고 불시에 터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번 사건을 외국인에 대한 악마화와 돌발적인 범죄 위험에 대처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사회 내에서 어린 시절부터 '아웃사이더'로서 차별을 겪어온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과거 경험담 및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충격과 참담함 등을 담은 기고문도 잇달아 게재됐다.
플로리다 지역 언론인 '데이토나 브리치 뉴스저널'의 재계 편집자인 클레이턴 박은 USA투데이에 기고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물건 취급하고 조롱하고 죽이라고 여기 와있는 게 아니다'라는 글에서 "우리를 '다른 사람들'로 보는 것을 멈춰라. 우리는 미국인이다. 우리는 비난받거나 물건취급받 아도 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한국인과 일본인 부모를 둔 그는 팬데믹 초기 중국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 없는 존재'라는 조롱을 들었던 일도 소개했다.
아시아계 여성인 서배너 홉킨슨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지역신문인 데저레트스 기고 글에서 얼마 전 자신의 어머니가 '필리핀 사람이냐'는 백인 남성의 위협적 질문에 겁에 질렸던 경험 등을 전하며 "범행동기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 제도 출신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이번 비극은 예견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면서 "특정 민족성은 바이러스가 아니다. 증오야말로 바이러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부르는 등 인종차별주의적 언행을 일삼아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를 부추기고 기름을 부었다는 비판론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시카고트리뷴은 지난해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가 급증한 것과 관련, "전임 대통령과 다른 극우 인사들이 외국인 혐오와 백인우월주의로 무장한 지지자들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며 아시아계 미국인을 악마화한 것에 비춰 이는 미스터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WP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등과 관련된 선동적인 표현으로 반아시아 정서를 부추겨왔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와는 다른 기조를 보여왔다고 대비시켰다.
하원 감독 및 정부 개혁 위원회 선임 고문을 지낸 한국계 미국인인 커트 바델라는 LA타임스 기고 글에서 정당 지도자에 의해 인종차별적 증오가 공개적으로 촉발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코로나19 책임론을 찾기 위해 아시아계 지역사회의 등 뒤를 겨눴고 그 결과가 폭력의 '홍수'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더 이상의 침묵에 따른 고통은 없다. 큰소리 내어 말할 것"이라며 '아시아계 증오를 멈춰라' 운동 참여를 호소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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