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부는 K웨이브…유럽 19개국 한국전문가 71% "한류 인기"
'코리아 디스카운트' 존재…한국 경제·기술 관련 인식 긍정적
서유럽보다 동유럽에서 인지도 높아…"한국 코로나 대응 관심↑"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유럽에 한류가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에 대한 유럽 내 관심도 상승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이 가치보다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여전히 존재했지만, 한국의 경제·개발과 과학·기술 관련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또 북부나 중부유럽보다는 동유럽에서 한국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독일 베를린자유대 한국학연구소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대학교가 공동으로 설립한 한국유럽센터 조서영 연구교수팀은 15일(현지시간) '유럽 내 한국 소프트파워의 부상-공공정책의 조사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19개국의 대학이나 연구기관 소속 한국학 전문가 34명을 상대로 각국 시민들의 한국 관련 인식에 대해 2020년 12월 이메일을 통한 온라인 심층 설문조사를 벌여 이런 결과를 얻었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주요 3개국 이외에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 등이 포함됐다.
이들 전문가의 70.6%는 소속국 시민들 사이에 한국의 현대문화가 인기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설문에 참가한 34명 중 영국(2명)과 루마니아(1명)의 전문가들은 자국 시민들 사이에 한국 현대문화가 매우 인기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더해 전문가들의 94.1%는 앞으로 한국 현대문화가 자국에서 더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유럽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을 시사한다. 전문가 중 85.3%는 특히 젊은 층에서 한국 현대문화가 인기가 높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현대문화 중 인기가 많은 부문과 관련(복수응답 가능), 91.2%가 K팝을 꼽았다. 또 영화(61.8%), TV프로그램(55.9%), 음식(44.1%), 컴퓨터게임(41.2%), 패션과 뷰티(38.2%), 웹툰 등 만화(17.6%)를 지목했다. 인기가 많다고 평가된 부문은 한류 콘텐츠로 분류되는 부문과 일치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한국은 유럽에서 대체로 충분히 발달한 고소득 국가로 간주됐지만, 응답자 중 14.7%는 자국 시민들이 한국을 개발도상국으로, 32.4%는 중소득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1994년부터 고소득국가로 분류됐고, 현재 1인당 소득은 구매력평가(PPP) 기준 4만4천292달러(2019년 기준)로 전세계에서 24위를 기록 중이다.
부문별로 보면, 조사대상 대부분의 국가에서 한국의 경제·개발과 과학·기술 부문과 관련한 시민들의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덴마크를 제외하면 모든 조사대상 국가의 전문가들이 한국의 경제·개발과 과학·기술 부문과 관련한 시민들의 인지도가 중간보다 상위라고 응답했다. 실제 1∼5 척도에서 중앙값은 경제·개발이 3.81, 과학·기술은 4.00이었다.
반면, 정치나 교육, 역사·전통 부문에는 인지도가 낮았다. 중앙값은 각각 2.83, 2.63, 1.93 순이었다.
한편, 유럽 조사대상 19개국 시민들이 한국의 정치 부문과 관련해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복수응답)로는 97.1%가 남북갈등을, 29.4%는 민주화운동을, 17.6%는 부패를, 5.9%는 전자거버넌스를 각각 꼽았다. 이어 기타 답변으로 11.8%는 코로나19와 관련한 한국의 대응 내지 보건정책을 꼽았다.
조서영 한국유럽센터 연구교수는 "이는 최근 한국의 팬데믹 대응에 대한 유럽 시민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역사·전통 부문에 인지도가 낮은 원인으로는 한국 유물이나 공예품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지목됐다. 전문가 중 79.4%는 소속국의 박물관이나 전시회에서 한국 유물이나 공예품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20.6%는 접근은 가능하지만, 크게 가능하지는 않다고 응답했다.
국가별로 시민들의 한국 인지도는 포르투갈, 불가리아, 아일랜드, 폴란드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영국, 슬로베니아, 체코, 프랑스에서는 중상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웨덴, 슬로바키아, 스페인, 독일, 벨기에에서는 중하위, 네덜란드와 덴마크에서는 하위인 것으로 각각 평가됐다.
연구진은 동유럽 시민들이 한국에 더 긍정적인 인식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 반면, 북부와 중부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남유럽에서는 답변이 엇갈렸다.
상대적으로 영국과 아일랜드 등 영어권 국가에서 한국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이 긍정적이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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