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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흑인차별 배상하겠다"…미 지자체 사상 처음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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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흑인차별 배상하겠다"…미 지자체 사상 처음 나서
시카고 교외도시 에반스톤 시의회, 22일 표결 예정
115억원 기금 마련…우선 가구당 약 3천만원 지원 계획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과거 인종차별적 정책과 관행으로 흑인들이 겪은 피해를 배상하겠다고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카고 북부에 소재한 일리노이주 에반스톤시는 오는 22일(현지시간), 미국 내 첫 사례가 될 흑인차별 피해 배상금 지급 계획안을 시의회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이 계획안은 1천만 달러(약 115억 원) 규모로 편성된 배상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차 선별된 흑인 거주자에게 가구당 2만5천 달러(약 3천만원)씩 총 40만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배상금은 주택 담보 대출금 일부 상환이나 집수리 등 주택 소유와 관련해 사용할 수 있다.
NBC방송 등 주류 언론과 시사매체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계획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에반스톤은 과거에 있었던 인종주의와 차별에 관해 금전적인 배상을 집행하는 미국의 첫 번째 지자체가 된다.
수혜 대상은 1969년 이전부터 에반스톤에 거주한 흑인 또는 1919년부터 1969년 사이에 거주한 흑인의 후손이다.
시 측은 해당 기간에 대해 "흑인들이 정부와 은행의 인종차별적 주택 정책과 대출 관행으로 고통받은 시기"라고 설명했다.
역사학자 모리스 로빈슨은 "당시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비공식적인 토지용도규정(조닝)을 통해 에반스톤의 서부 지역만 흑인들이 살 수 있는 곳으로 제한했으며, 은행은 흑인들이 이 지역 밖 주택을 매입하려 하면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백인 소유 주택을 빌리거나 매입할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시카고 시내에서 약 20km 떨어진 에반스톤시는 시카고 북부에 드물게 조성된 흑인 다수 거주지 중 한 곳이며, 중서부 명문사립 노스웨스턴대학과 국제로터리클럽 본부 소재지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도 도시 서편의 저소득층 흑인 거주지와 동편 미시간호변의 고급주택가가 분리돼있다.
에반스톤시는 2019년 6월 일리노이주가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기로 한 후 마리화나 판매세와 기부금 등으로 1천만 달러의 흑인 차별 배상 기금을 조성, 앞으로 10년에 걸쳐 지급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미국 내 최초로 통과시켰다.
시의회는 "인종차별적 주택 정책의 결과를 바로잡고, 부와 기회의 격차를 줄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로빈 루 사이먼스 에반스톤 시의원은 "역사적 차별 관행과 흑인사회 현황에 가장 적절한 입법적 대응"이라고 평했다.
그는 "흑인 차별적인 정책과 법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그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미국의 모든 지자체가 배상 필요성을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추진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권단체 '전미 흑인 배상 추진 위원회'(NAARC) 측은 "에반스톤시의 배상프로그램이 전국적인 모델이 되어야 한다"며 지지를 보였다.
하지만 일부 사회운동가들과 주민들은 "이번 배상프로그램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과거에 인종차별을 자행한 은행과 기업, 그리고 일부 자본가들"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흑인사회 전체에 유익한 프로그램이어야 하고, 앞으로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시의회에 배상안의 보완을 촉구했다. 또 '배상'이라는 말이 부적절하다며 "이 용어는 본질적으로 반(反)흑인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최대 흑인인권단체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에반스톤 지부는 "2만5천 달러는 '새 발의 피' 수준"이라며 "고통과 억압을 받으며 살아온 흑인들을 위해 더 큰 배상 기금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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