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소환된 다산신도시…"옆 동네 신도시가 호재라고요?"
아파트 투기 조사 방침에 현지 부동산업계 고개 갸웃
(서울·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김동규 기자 = 정부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조사가 신도시와 연접한 고양시 행신동 아파트 단지와 남양주 다산신도시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정부가 3기 신도시 내부 토지만 아니라 인근 지역 부동산에도 공직자의 투기가 있었는지 확인하기로 하고 이들 동네의 아파트 거래 내역을 조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지 부동산업계는 어리둥절한 분위기다. 오히려 이들 동네는 바로 옆에 신도시가 들어오는 사실이 수년 전에는 결코 호재가 아닌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정부합동조사단은 11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땅 투기를 한 20명의 LH 직원 외에 신도시와 연접한 행신동과 다산신도시(다산동) 아파트를 거래한 공직자 내역을 따로 뽑아 경찰에 참고자료로 전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아직은 이들 아파트 매입에서 투기 혐의가 드러난 것은 아니고 경찰에 참고자료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2개 동이 조사대상이 된 것은 정부가 신도시 경계에 맞물린 동(洞) 단위로 전수조사를 했는데, 고양 창릉은 행신동과, 남양주 왕숙은 다산신도시와 연접해 있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는 이들 아파트 단지를 구입한 공직자들이 장차 인근에 3기 신도시가 조성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입수하고서 신도시 호재로 인한 시세차익을 노리고 아파트 투자를 했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부동산 업계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위기다.
정부가 3기 신도시 얘기를 꺼낸 것은 2018년 9월인데 당시 다산신도시를 비롯한 기존 신도시 주민들은 오히려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신도시를 만들 때 광역교통 대책까지 함께 수립하는 것이 공식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이와 같은 교통대책 병행 정책은 없었다.
기존 신도시 주민들은 가뜩이나 교통이 좋지 않은데 인근에 다른 신도시가 또 들어서면 교통지옥이 될 것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특히나 바로 옆 동네에 새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는 신도시가 만들어지면 구축 아파트는 오히려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서울 강남에서 재건축 아파트가 뜨면 인근 지역 아파트 값도 덩달아 오르는 것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 주택업계의 얘기다.
다산동 C 공인 관계자는 "남양주 왕숙 신도시 때문에 여기 아파트를 샀을 것이라는 얘기는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말"이라며 "오히려 왕숙 신도시가 지정될 때는 차만 막힐 것이라며 오히려 반발만 했는데, 그나마 전철을 해준다고 하니 이정도로 가만히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사 집값이 올랐다고 해도 이는 GTX 등 광역교통망이나 전반적인 집값 상승세로 인한 것이지, 신도시와는 전혀 상관 없다"고 덧붙였다.
행신동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3기 신도시로 고양 창릉지구가 지정될 당시 행신동은 오히려 신도시가 생기면 그쪽 신축으로 수요가 다 옮겨가고 이쪽 집값은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분위기였다는 것이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행신동 I 공인 대표는 "최근에는 이곳 집값이 오르긴 했지만 무엇보다 서울 집값이 오르고 여러 호재가 겹쳤기 때문이지, 수년 전에는 이곳은 투기 목적으로 들어오기 어려운 지역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설사 내부 정보를 알고 투기를 했다면 오히려 원흥동이나 인근 그린벨트로 들어가 토지를 사놨겠지, 왜 이곳 아파트를 사느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1차 조사 결과 7명의 추가 혐의자를 추려내는 데 그치는 미미한 결과가 나오자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기 위해 다산신도시 등의 이슈를 만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부의 1차 조사 결과에서 총 20명의 투기 혐의자가 나왔는데, 13명은 이미 참여연대 등의 기자회견과 LH 자체 조사에서 걸러진 이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 전수조사에서 가려낸 투기 의심자는 7명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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