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중국 달 우주정거장 진영간 "우주경쟁" 불 지피나
옛 소련 영광 회복 러시아-'우주굴기' 중국 이해 맞물려
미국 주도 달복귀 계획과 경쟁 구도…미-러 밀월 "한계점" 시사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러시아와 중국이 달에 공동으로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해 미국 주도의 달 복귀 계획과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서방국가 중심의 미국과 러시아-중국의 달 탐사를 둘러싼 경쟁이 새로운 진영 간 대결로 비화할지 주목된다.
외신과 과학 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드리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대표와 장커젠(張克儉) 중국 국가항천국(CNSA) 국장은 9일 "달 궤도와 표면에 조성될 실험연구시설 단지" 개발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구체적인 내용까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관심을 가진 모든 나라와 국제 파트너에 개방돼 있다"고 강조했다.
두 나라의 양해각서 체결은 세계 최초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는 등 우주탐사를 주도하던 옛 소련의 영광을 되살리려는 러시아와 우주 굴기의 꿈을 실현해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은 2024년까지 달에 남녀 우주비행사를 보내고 2028년부터 상주 체제로 들어가는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양자 간 협정 형태로 우주탐사 협력 규범을 담은 아르테미스 협정을 체결해왔다.
호주와 캐나다, 일본, 영국,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7개국이 이미 체결했으며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과 운영을 통해 우호적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러시아도 협정 체결을 제안받았으나, 너무 "미국 중심적"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다가 결국 중국의 손을 잡게 됐다.
러시아는 재원 부족 등으로 ISS를 오가는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우주탐사에 나서지 못해왔는데 최근 들어 향후 5년간 3차례의 달 탐사 계획을 수립하는 등 우주 강국 재건에 나서고 있다.
우선 10월 1일 1976년 '루나(Luna) 24' 이후 45년 만에 현대화한 달 착륙선 '루나 25'를 달 남극 인근의 '보구슬라브스키 크레이터'를 향해 발사할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옛 소련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1961년 4월 인류 최초로 유인 우주비행에 나선 지 60주년이 되는 해라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로고진 대표는 우주 강국 재건의 신호탄이 될 루나25 발사 현장에 새로 협력관계를 맺게된 CNSA의 장 국장을 초대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우주탐사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최근 몇 년간 인류 최초 달의 뒷면 탐사와 미국과 러시아에 이른 세 번째 달 샘플 확보, 화성탐사선 발사 등으로 우주 굴기를 입증해온 중국은 러시아와 손을 잡음으로써 더욱 탄력을 얻게 됐다.
중국은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한 미국의 견제로 ISS에 참여하지 못하고 독자적으로 우주정거장을 구축하는 등 외톨이처럼 돼왔다.
중국 우주프로그램 전문 민간 분석가인 천란은 AFP 통신과의 회견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 우주정거장은 "대단한 것"이라면서 "이는 중국으로서는 가장 큰 국제 우주 협력 프로젝트가 될 것이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IT·과학 전문 매체 '아르스 테크니카'(ars technica)는 러시아와 중국의 양해각서 체결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로스코스모스 간 협력관계가 심우주 탐사에서 한계점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주 경쟁"이라는 단어가 상투적이지만 NASA와 협력국이 달 복귀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 및 러시아와 처하게 될 상황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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