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직원도 미공개 정보로 투기하다 3년 전 파면(종합2보)
김은혜 의원 "국토부 산하 기관 전체 조사해야"
LH 직원들 잇단 비리·실언으로 여론 공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홍국기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뿐 아니라 한국도로공사에서도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공사 직원의 부동산 투기 행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의원(국민의힘)은 2018년 설계자료 유출 및 부동산 투자로 파면된 도로공사 직원이었던 A씨의 징계요구서를 공개했다.
징계요구서에 적시된 A씨의 비위 내용은 2016년 비공개 정보인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 설계 도면을 활용해 토지를 매입했다는 것이다.
해당 토지 면적은 1천800여㎡로,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의 한 나들목 예정지에서 1.5㎞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땅이다. A씨가 토지를 사들인 시기는 실시설계가 완료되기 전이었다.
이에 따라 도로공사는 임직원 행동강령 상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거래 등을 이유로 A씨를 파면 조처했다.
하지만 A씨는 현재까지도 해당 토지를 부인과 지인의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의원실은 전했다.
김은혜 의원은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의 불법투기가 이미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LH 사건은 예견된 사고"라며 "전수조사하는 흉내만 낼 것이 아니라 국토개발을 담당하는 국토부 산하기관 전체로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파면당한 직원이 여전히 토지를 소유하고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구조"라며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몰수를 넘어 징벌적 배상제도까지 도입하는 근본적인 입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LH 직원들의 비리와 실언이 추가로 알려지며 여론의 공분이 쏟아졌다.
LH 남양주사업단에서 토지 보상 업무를 담당하던 B씨는 한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29차례에 걸쳐 약 280만원을 유흥비 등으로 사용했다가 국무조정실에 적발돼 지난해 6월 파면됐다.
남양주 진접지구에서 토지 보상 업무를 하던 B씨에 대해 이곳 주민들은 그가 LH 직원임을 내세워 보상액을 잘 받게 해주겠다며 지주들에게 해당 부동산 개발 업체와 업무 대행 계약서를 체결하도록 유도했다고 증언했다.
B씨가 미공개 내부 정보를 업체에 건넸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가 필요했으나 당시 LH는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다.
B씨는 회사에서 파면된 이후에도 부동산 업체를 운영하며 이 지역 지주들을 상대로 여전히 대토 컨설팅을 하고 있다.
또 LH 입사 6개월 차 신입 여직원 C씨는 최근 사내 메신저 대화를 통해 한 발언이 이날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C씨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공공택지를 사겠다며 "이걸로 잘리게 되면 어차피 땅 수익이 회사에서 평생 버는 돈보다 많을 텐데"라고 말했다.
공공택지로 지정되면 LH 직원이나 그 가족은 해당 지역 내 토지를 살 수 없다. 그런데도 당시 대구경북지역본부 토지판매부 소속이었던 C씨는 명의를 빌려 공동투자(공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해당 지역의 토지를 매매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은혜 의원은 "불법 투기가 적발돼도 이익이 더 큰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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