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수 없어' 플로이드 사망사건 재판 배심원단 선정절차 시작
판사·변호인·검찰, 배심원 후보 '예비심문' 벌여 공정하지 못한 사람 배제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지난해 전 세계적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불러온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의 재판을 앞두고 미국 법원이 배심원단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고 CNN 방송과 AP 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헤너핀카운티 법원은 당초 이날 시작하기로 돼 있던 배심원단 선정을 최소한 하루 늦춰 9일 개시하기로 했다.
재판부가 작년 10월 백인 피의자인 전(前) 미니애폴리스 경찰관 데릭 쇼빈을 상대로 제기된 3급 살인 혐의를 기각한 것을 두고, 지난 5일 항소법원이 이 혐의를 복원하는 조치를 재검토하라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쇼빈을 2급 살인, 2급 우발적 살인, 3급 살인 등 3개 혐의로 기소했으나 쇼빈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모두 기각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고, 재판부는 일부를 수용해 3급 살인 혐의를 기각했다.
헤너핀카운티 법원은 항소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당초 일정대로 배심원단 선정을 진행하려 했으나 검찰이 항소법원에 사건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하자 결국 이를 연기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3급 살인 혐의를 복원할 경우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AP는 전했다.
배심원단 선정은 편파적이지 않고, 증거와 법률을 청취하는 것에 마음이 열린 사람을 찾는 절차가 될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플로이드 사건처럼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다뤄진 사건을 전혀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헤너핀카운티의 전 국선변호인 대표 메리 모리아티는 "배심원 후보들이 무엇을 보고 들었든, 그들이 그것을 옆으로 치워두고 법정에서의 증거와 판사가 제공하는 법률에 근거해 결정할 수 있느냐"가 배심원 선정 과정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배심원 후보로 지목된 사람들에게는 이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운동에 대한 생각, 경찰 치안 활동에 대한 견해, 경찰과의 사적관계 등에 대한 질문지가 전달됐다.
앞으로 진행될 선정 절차에서는 이 질문지에 답을 마친 후보를 상대로 판사와 피고인의 변호인 측, 검찰이 1명씩 법원에서 질문하고 답하는 '예비심문'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나 변호인 측은 배심원 후보가 공정하지 못할 것 같다고 판단하면 이 후보를 제외해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할 수 있다.
배심원들의 이름이나 주거지 등 신원은 공개되지 않는다.
미 언론들은 배심원단 선정 절차가 개시되면 선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소한 약 3주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르면 이달 29일 재판이 시작하고 이후 2∼4주간 증언이 이어질 전망이다.
플로이드는 지난해 5월 25일 2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로 미니애폴리스의 한 가게 앞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쇼빈은 등 뒤로 수갑을 찬 채 엎드린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8분 46초간 짓눌렀고,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던 플로이드는 결국 숨졌다.
플로이드의 죽음은 미국 전역은 물론 지구촌 곳곳에서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를 불러일으켰고, 쇼빈은 당시 현장에 있던 동료 경찰관 3명과 함께 기소됐다.
이날 법원 밖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조지 플로이드에게 정의를', '살인자 경찰관을 유죄 판결하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든 채 시위를 벌였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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