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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사고 10년] '공허한 부흥'…노인은 남고 젊은이는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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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사고 10년] '공허한 부흥'…노인은 남고 젊은이는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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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사고 10년] '공허한 부흥'…노인은 남고 젊은이는 떠났다
피난지시해제구역 급격한 고령화·거주자는 감소…활력 상실
'올림픽으로 지진피해 극복 홍보' 구상 실현 어려울 듯



(후쿠시마=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부족한 것이 많아. 도로도 지진 당시 그대로다" (아카쓰 씨, 76세)
후쿠시마(福島)현에서도 비교적 원전 사고나 지진 피해의 영향이 적은 이와키시에서 만난 아카쓰 씨에게 원전 사고 10년이 지난 현재의 지역 상황에 관한 생각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지역민들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세계에 알리겠다는 일본 정치지도자의 공언과는 상당히 다른 시각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원전 사고가 났는데 후쿠시마 내에 머물기를 고집하는 이들도 있었고 어쩔 수 없이 원래 살던 곳을 떠났던 피난민 중에는 나중에 살던 동네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연합뉴스가 2∼4일 후쿠시마에서 만난 고령자들은 낯선 곳에 정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반응했다.
사토(78) 씨는 "여기서 태어났고 선조의 묘도 여기 있다. 형제, 조카, 친척도 있으니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젊으면 후쿠시마 밖으로 이동하겠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니 떠나려고 해도 어쩔 수 없다"며 "나는 여기서 죽을 때까지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북쪽 마을인 나미에마치(浪江町)에서 인터뷰에 응한 한 여성(63)은 원전 사고에도 후쿠시마를 떠날 생각을 전혀 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원전 사고 후 피난 생활을 하며 후쿠시마 곳곳을 전전했으나 4년 전부터 정착한 현재의 집이 "원래 살던 곳과 가까워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딸은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시로 이주했고 아들은 후쿠시마에서도 원전과 비교적 멀리 떨어진 남쪽 이와키시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원래 살던 동네 근처를 고집했다.
젊은이들은 피해 지역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고 노인들만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오면서 마을이 예전과 같은 활력을 되찾지 못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2015년 4월 피난 지시를 해제한 후쿠시마현 나라하마치(楢葉町)의 경우 원전 사고를 겪은 후 고령화가 급격히 빨라졌다.
이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2000년 21.8%, 2010년, 25.9%(이상 인구 기준)였는데 지난달에는 37.3%(거주자 기준)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일본 전체 인구의 고령자 비율은 2000년 17.4%, 2010년에 23.0.4%, 2020년 28.9% 수준으로 변동했다.
피난지시해제구역의 경우 주민등록만 놓아두고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원전 사고 후 주민 분류 기준이 이원화되기는 했으나 타지역보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은 현지 당국도 인정하고 있다.



대지진발생 당일인 2011년 3월 11일 나라하마치의 인구는 8천11명이었는데 지난달 말 기준 거주자는 4천50명으로 절반 수준이 됐다.
떠났던 이들이 다 복귀하지 않았고 그나마 노인이 많이 돌아오는 셈이다.
원전 사고 지역을 장기간 봉쇄하는 대신 되도록 조기에 주민을 복귀시키는 정책을 추진한 일본 정부는 피난 지시를 해제한 지역의 방사선량이 안전한 수준이라는 발표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오염제거 작업은 이른바 '생활권'에 집중되고 산림 지역은 작업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허점이 있다.
그린피스 등 국제 환경단체가 조사한 후쿠시마 곳곳의 방사선량을 보면 일본 당국의 발표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다만 이런 점을 하나하나 비판적으로 따지면서 후쿠시마에서 생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후쿠시마에 남아 있는 이들은 주어진 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사람들을 둔감하게 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전 사고 당시 7살이었던 한 고교생(17)은 방사선의 영향을 우려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내가 초등학생일 때는 부모님이 신경을 썼고 밖에서 노는 것도 조심스러웠다"면서도 "(10년이 지난) 지금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거주 허용 지역은 사고 직후에 비하면 대폭 확대됐으나 후쿠시마의 경제 산업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후쿠시마 어업계는 그간 본격적인 어업활동 재개를 위해 한정적으로 실시하던 이른바 '시험조업' 체제를 이달 말 종료하고 다음 달부터 조업 관련 규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등 본격 조업을 지향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도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기피 현상이 남아 있어 수산업 활성화는 여전히 먼 이야기다.
마에다 히사시(前田久) 오나하마(小名浜) 기선저인망어업협동조합 관리부 부장은 "일반 소비자가 후쿠시마 바다에서 잡힌 생선을 반기며 먹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아직 연안에서 잡히는 생선은 대지진 전의 약 15%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어민이 도쿄전력으로부터 받은 손해배상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은 인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겨낸 증거로서, 또 동일본 대지진으로부터의 부흥을 세계에 발신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했으나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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