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대표 "확률형 아이템 정보, 더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이정헌, 직원들에 편지 "최근 논란 경영진 몫…진심으로 송구"
"게임 내 용어도 바로잡자…설명·보상으로 이용자 양해 구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이정헌 넥슨 대표가 최근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관해 사과하면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5일 오전 넥슨 직원들에게 쓴 편지를 사내 시스템 공지로 띄우며 이렇게 밝혔다.
이 대표는 "직원 여러분 모두 우리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에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고 계실 것"이라며 "모든 것이 온전히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몫이다. 이용자분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최근 넥슨은 '메이플스토리'를 업데이트하면서 아이템에 부여되던 추가 옵션을 '동일한 확률'로 수정한다고 공지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메이플스토리에서는 '환생의 불꽃' 아이템을 쓰면 장비에 붙는 추가 능력치를 재설정할 수 있다. 이 아이템 설명에는 '추가 옵션을 무작위로 부여한다'고 돼 있다. 무작위는 사전적으로 '모든 일이 동등한 확률로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동일한 확률'로 수정한다는 공지가 뜨니 이용자들은 "지금까지 확률이 동일하지 않았던 것이냐"며 분노했다. 넥슨 게임에 돈을 쓰지 않는 '한도 0원 챌린지'를 벌이는가 하면, '로스트아크' 등 타사 게임으로 옮기는 이용자도 늘었다.
이 대표는 "넥슨과 넥슨 게임, 그리고 게임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눈높이가 달라지고 있는데 저부터가 이런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면서 "반성한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그는 "변화를 시작하겠다"며 "넥슨을 성장시켜준 우리 사회 눈높이에 맞추겠다. 더는 이용자 목소리에 둔감하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늘부터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하겠다"며 "게임별로 '이용자를 위한 투명한 정보 공개'라는 대원칙이 녹아 들어가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게임사들은 업계 자율규제로 유료 구매한 '캡슐형' 확률형 아이템의 뽑기 확률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캡슐형이 아닌 경우에는 확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말은 넥슨은 업계 자율규제 이상의 수준으로 확률을 공개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국내 최고 게임사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은 게임 내 용어 사용 등도 바로잡겠다"며 "자세한 설명과 보상으로 이용자들의 용서와 양해를 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 분노의 원인이 됐던 '무작위'라는 표현이 넥슨 게임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는 더 투명한 아이템 정보 공개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일시에 넥슨 모든 게임의 정보를 공개한다고 말씀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게임별로 상황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라며 "외국 회사를 포함한 제작·서비스 회사와 협업 구조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아닌, 이용자들이 더 편하게 정보에 접근하도록 한다는 철저한 서비스 마인드"라며 "많은 임직원의 노력과 우리 스스로 변화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잘 닦인 유리창처럼 투명하게 다시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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