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최고 부촌' 파산 우려…"투자금 떼일라" 수백명 빗속 장사진
화시촌, 또 유동성 위기설…언론 "천하제일촌이 부채제일촌 전락"
철강 등 주력사업 부진에 부동산 개발 의존…북, 외화벌이 인력 파견도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 최고의 부자 마을로 불리는 화시(華西)촌이 파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어 투자자들이 원금이라도 건지기 위해 빗속에 줄을 서는 풍경이 연출됐다.
28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징(財經)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장쑤(江蘇)성 장인(江陰)시의 화시촌에서는 새벽부터 수백 명이 길게 줄을 섰다.
투자자들은 화시촌 측이 약속한 이자를 지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투자자는 10%의 이자를 약속받고 화시촌에 3년간 돈을 맡겼지만 몇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원금만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투자자는 이자를 지급받기는 했지만, 이율이 약속된 10%가 아니라 0.05%밖에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차이징은 화시촌 당 위원회 측이 이 문제와 관련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화시촌은 2019년에도 여러 차례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부채는 이미 2016년에 300억 위안(약 5조2천억 원)이 넘었으며 부채 비율은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시촌은 중국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의 전형으로 떠받들어졌었다.
개혁개방 전부터 양어장 건설 등 각종 영리사업에 나서 마을 경제의 기반을 닦았고,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시작된 1978년 화시그룹을 세워 마을 전체를 기업집단으로 전환하면서 상업화, 공업화에 앞장섰다.
2010년에는 매출이 500억 위안을 돌파했고 1인당 수입은 8만5천 위안(약 1천480만 원)에 달했다.
마을에는 높이 300m가 넘는 5성급 호텔이 들어섰고 호텔 안에는 3억 위안(520억 원)을 들인 황금 소가 세워졌다. 북한이 외화벌이 차원에서 이 호텔에 여성 종업원들을 파견하기도 했다.
화시촌을 평범한 농촌에서 중국 최고의 부자 마을로 탈바꿈시킨 것은 우런바오(吳仁寶) 전 서기다.
'화시촌의 덩샤오핑', '화시촌의 리콴유'로 불린 그가 2013년 작고했을 때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추모 기사를 크게 싣기도 했다.
지금은 그의 아들인 우셰언(吳協恩) 화시촌 당 서기가 화시그룹 회장까지 맡고 있는데 화시촌은 가족기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화시촌은 근래 철강 등 주력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이웃 마을을 편입시키며 몸집을 불려 부동산 개발에 의존해왔다.
일부 중국 언론은 이번 사태를 전하면서 '천하제일촌'이 '부채제일촌'이 됐다고 전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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