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장비 폭발이 인도 히말라야 홍수 원인?…주민 우려
1960년대 정상 인근서 장비 분실…과학자 "우려는 과장"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지난 7일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간지대에서 발생한 홍수의 원인이 과거 현지에서 분실된 원자력 장비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BBC뉴스와 현지 언론이 21일 보도했다.
홍수 피해 지역의 라이니 마을 촌장인 상람 싱 라와트는 "어떻게 겨울철에 빙하가 그냥 붕괴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원자력 장비가 이번 사태가 발생하는 데 한몫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오전 북부 우타라칸드주 난다데비산(해발 7천816m) 인근 지역에서는 갑작스러운 홍수가 발생해 수력발전소와 다리, 마을 등에 큰 피해를 안겼다.
전문가 상당수는 붕괴한 빙하가 호수나 큰 물웅덩이에 떨어지면서 홍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현지 주민 사이에서는 이 빙하가 그냥 떨어진 게 아니라 원자력 장비 폭발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우려가 확산하기도 했다.
주민들이 지목한 원자력 장비는 1965년 난다데비산에서 분실됐다.
냉전이 한창이던 당시 미국과 인도 당국은 중국의 핵무기 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시하기 위해 이 장비를 난다데비산 정상에 설치하려고 했다. 난다데비산은 인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으로 중국 국경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장비는 7개의 플루토늄 캡슐을 비롯해 배터리팩, 통신 장비, 안테나, 감시 장치 등으로 이뤄졌다. 무게는 57㎏에 달했다.
하지만 악천후로 인해 이 시도는 실패했고, 등반팀은 정상 인근 비바람이 들이치지 않는 구멍에 장비를 남겨둔 후 철수했다.
이듬해 봄 등반팀은 작업 마무리를 위해 다시 산에 올랐지만, 장비가 사라져 찾을 수 없었다고 BBC뉴스는 전했다.
미국 잡지 '록 앤드 아이스'의 피트 다케다 객원 에디터는 "잃어버린 플루토늄은 오늘날까지 빙하에 묻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 부서져 갠지스강 상류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라와트 촌장은 "정부가 조사에 나서고 그 장비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과학자들은 장비를 둘러싼 이같은 우려에 대해서는 '과장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플루토늄이 핵무기의 원료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배터리 전력원으로 쓰이는 동위 원소는 무기용과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홍수로 30여 명의 인부가 갇힌 알려진 타포반-비슈누가드 수력발전소 터널에서는 구조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구조대는 터널 입구에서 안쪽으로 160∼170m 지점까지 진입했지만, 인부 대부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내부 공간에는 아직 닿지 못한 상태다.
터널 내 공간이 좁아 여러 대의 중장비를 한 번에 투입할 수 없는 데다 물과 잔해물이 안쪽에서 계속 밀려 나와 작업이 더딘 탓이다.
인부들은 수로용 터널 공사 작업 도중 홍수가 몰고 온 토사와 암석이 터널 입구를 막으면서 갇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터널에서 6구의 시신이 발견되는 등 이번 홍수로 인한 사망자 수는 67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 수는 150∼200명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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