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대책후 기세 꺾인 서울아파트…매물 늘고 가격낮춘 거래도
세금 회피 매물 증가…일부 단지에서는 여전히 신고가 나와
매수자·매도자 기 싸움 형국…"안정세 여부 더 지켜봐야"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대규모 주택 공급을 골자로 한 2·4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 폭이 줄어들고 있다.
21일 민간 시세 조사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4% 올라 같은 달 첫째 주 상승률(0.17%) 대비 오름폭이 축소했다.
정부 공인 시세 조사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로도 서울 아파트값은 2주 연속 상승 폭이 둔화했다.
2·4대책 이전까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던 서울의 아파트 단지 중에서는 기세가 한풀 꺾이며 이전보다 가격이 하락한 거래도 나온다.
◇ 10억원 초과 단지 중심으로 매매가 하락 움직임
서울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공덕4차 전용면적 59.9㎡는 지난 10일 12억4천700만원(12층)에 팔렸다.
지난달 20일 같은 면적이 12억5천500만원(6층)으로 역대 최고가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800만원 하락한 금액이다.
마포구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최고가에 맞춰 가격을 부르던 집주인들이 호가를 살짝 내려 빨리 팔겠다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2·4대책과 설 연휴를 거치며 심리가 움직인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서초구 서초동 마제스타시티(힐스테이트서리풀) 전용 59.97㎡는 2·4대책 이후인 지난 8일과 18일 각각 16억1천만원(7층)과 16억2천만원(11층)에 팔려 지난해 11월 기록한 최고가(16억2천500만원·10층)보다 가격이 하락했다.
용산구 산천동 리버힐삼성 전용 59.55㎡도 지난해 말 10억6천500만원(9층)까지 거래됐다가 이달 6일 9억8천만원(2층)으로 매가가 하락세를 보인다.
이 일대에 있는 한 중개업소의 대표는 "바로 입주가 불가능한 전세 낀 매물이 급매물로 나온 것"이라며 "전세 낀 매물은 10억원, 입주가 바로 가능한 매물은 11억원에 시세가 형성돼있다"고 전했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10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월 1일 이후에는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세율도 현재보다 10%포인트 올라간다. 3주택자가 첫 집을 팔 때 양도 차익이 10억원을 넘는 경우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82.5%를 세금으로 떼이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6월 전에 팔려면 적어도 2∼4월에는 계약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세금 회피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10억원 초과 단지는 자금력이 되는 수요가 유입돼야 하는데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취득세 12%(자금력이 되는 다수는 2주택 이상)가 결정적인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따라서 10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뜸하고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서울 아파트 매물도 소폭 증가…시장 안정세로 이어질지 촉각
2·4대책을 전후로 서울 아파트의 매물도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보이지만, 시장 안정세로 이어질지 여부는 조금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20일 전(2월 1일)보다 1.4% 늘었다.
이 기간 구로구(6.3%)의 매물 증가율이 가장 높았으며 은평구(6.1%), 강북구(5.3%), 광진구(5.2%), 노원구(5.1%), 동작구(5.0%), 금천구(3.9%), 송파구(2.9%), 중구(2.1%), 강서구(1.9%), 양천구(1.8%), 동대문구(1.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구로구 구로동 구일우성 전용 59.44㎡는 지난 18일 5억원(15층)에 매매 계약서를 쓰면서 지난달 18일 기록한 최고가(5억5천800만원·10층)보다 5천800만원이나 가격이 하락했다.
다만 이 단지 인근에 있는 중개업소는 "편법 증여 거래일 가능성이 있다"며 "거래가 뜸하긴 하지만 바로 입주가 불가능한 전세 낀 매물도 시세는 6억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 금호타운(금호어울림) 전용 84.66㎡는 지난 5일 5억9천700만원(4층)에 매매돼 같은 면적이 지난달 25일 5억9천800만원(9층), 지난해 11월 6억원(13층)에 역대 최고가로 팔린 것보다 가격이 내렸다.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매물이 쌓이거나 가격이 하향 조정될 기미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동대문구 전농동 전농SK 전용 114.3㎡는 지난달 11억1천만원(16층)에 매매돼 처음으로 11억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이달 10일 10억8천만원(14층)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이 일대에서 중개업을 하는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들이 전세가 낀 물건의 호가를 낮춰 6월 전에 빨리 팔려는 급매물이 조금씩 나오긴 한다"면서도 "매수 손님도 줄었지만, 여전히 매물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2·4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고 표현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며 "서울 외곽이나 저평가 인식이 있는 지역의 상승 폭은 상대적으로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2·4대책 발표 직후 서울 곳곳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기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신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도 찾을 수 있다.
중랑구 면목동 면목한신아파트 전용 44.5㎡는 지난 3일 4억7천만원(4층)에서 12일 4억7천900만원(5층)으로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을 비롯해 아직 최고가 흐름이 꺾이지 않고 있다"며 "봄 이사 철을 앞두고 있고, 중저가 지역의 구매 수요 유입은 꾸준한 만큼 가격 숨 고르기가 안정세로 이어질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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