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매코널 갈등, 공화당 큰손들 '쩐의전쟁'으로 불똥 튀나
트럼프 반역자 낙선·親트럼프 지원 공언 속 후원자들도 親트럼프·親매코널 갈릴 판
중간선거·대선 국면서 적전분열 악재 가능성…"큰손들 결국 이길 후보로 쏠릴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일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간 '전쟁'이 공화당 '큰 손'들도 갈라놓을 조짐이다.
임기 말 '내란 선동' 탄핵 국면에서 두 사람이 완전히 결별, 루비콘강을 건넌 가운데 후원자들도 트럼프와 공화당 주류가 지원하는 후보를 놓고 선택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18일(현지시간) '트럼프와 매코널의 균열이 공화당 후원자들을 분열시킨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두 사람의 갈등이 선거 국면에서 후원금을 둘러싼 전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후원금 모금을 둘러싸고 재정적 균열이 가시화할 경우 이는 2020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탈환하려는 공화당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 4년간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로서 한배를 탔던 트럼프와 매코널은 지난달 6일 발생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를 계기로 완전히 결별한 뒤 이제는 대척점에 서게 됐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된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 폭동 사태에 책임이 있다면서 직격했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공화당이 매코널과 함께한다면 다시는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으며 응수했다.
탄핵 무죄선고 후 보폭을 넓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중간선거 국면에서 반역자로 대변되는 반(反)트럼프 세력 응징과 친트럼프 지원을 위해 전면에 등판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함께 따라 공화당 물주'들로선 트럼프가 지원하는 후보와 매코널을 위시한 공화당 주류층이 미는 후보를 놓고 '적전분열'하게 된 상황인 셈이다.
한 공화당 후원자는 "공화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책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고 우리 내부의 경선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한, 우리는 선거에서 진다"며 "민주당 쪽 돈은 흐르게 되는 반면 공화당 쪽 돈은 공화당이 단결하기 전까지는 풀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후원자들은 친트럼프 후보들이 경합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하고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지위 상실에 책임이 있는 만큼 공화당 지지층도 탈(脫)트럼프에 나설 준비가 돼 있으며 따라서 매코널이 후원자 확보 경쟁에서도 이길 것이라는 주장이다.
공화당 전략가인 칼 로브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원이 매코널을 축출해야 한다고 내비침으로써 스스로 패배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친트럼프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리처드 버 상원의원의 지역구인 노스캐롤라이나 선거와 관련,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며느리 라라 트럼프가 탄핵 심판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 상원의원은 불출마를 공언한 상태다.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의 맹공에 일단 무대응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원내대표와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총무 등 공화당 하원 지도부 인사들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마러라고를 찾는 등 상원 지도부와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결국은 트럼프라는 깃발로 선거에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이는 트럼프와의 관계 설정을 둘러싼 공화당 내 근본적 고민과도 직결된다.
의회 폭동 사태의 여파로 기업들이 줄줄이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인증을 거부한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후원 중단을 선언했지만, 기업들의 후원금 비중은 전체 큰 손 후원자들의 모금액에 비해서는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더 힐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풀뿌리 지지층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돈을 끌어모을 수 있느냐도 향후 후원금 모금 전쟁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상원 지형을 민주당 우위로 바꾸는 캐스팅보트가 됐던 지난달 초 조지아주 상원의원 2석에 대한 결선투표를 측면 지원했던 큰 손 후원자들은 아직은 2020년 중간선거에서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결국 공화당의 '큰 손'들은 궁극적으로 2024년 대선 승리를 시선에 두고 중간선거에서 친트럼프든 반트럼프든 관계없이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밀 것이라는 관측이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 나온다고 더 힐은 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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