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탐사 로버 7개월 여정끝 화성 착륙…생명체 흔적 탐사 착수(종합2보)
로버 '퍼서비어런스', '공포의 7분' 통과해 예제로 삼각주 안착
착륙 11분 뒤 지구에 신호 도달…착륙 지점 사진 찍어 보내와
토양 채취해 보관·유인탐사 장비도 시험…"우주비행 역사상 가장 정교"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의 우주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 착륙에 성공해 '붉은 행성'에서 고대의 생명체 흔적을 찾는 임무에 착수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5번째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는 18일(현지시간) 화성의 고대 삼각주로 추정되는 '예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에 안착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공포의 7분' 무사통과…안착 11분 30초 뒤 지구에 신호 도달
퍼서비어런스는 작년 7월 30일 발사된 뒤 4억7천100만㎞를 비행해 화성에 도달했다. 거의 7개월에 걸친 대여정이었다.
NASA는 이날 퍼서비어런스가 엷은 오렌지색의 화성 대기를 통과해 가장 위험한 비행 구간을 무사히 통과했다고 밝혔다.
화성 대기권 진입, 하강, 착륙(EDL) 과정은 이번 비행 중 가장 까다롭고 위험도가 높아 '공포의 7분'으로 불린다.
퍼서비어런스는 화성 상공에서 음속 16배에 달하는 시속 1만9천500㎞ 속도로 하강했다.
보호 캡슐에 싸여 대기권에 진입한 퍼서비어런스는 초음속 낙하산을 펼치고 역추진 분사기로 하강 속도를 늦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로이터통신은 퍼서비어런스 자동 제어로 이뤄진 이번 착륙에 대해 "우주 비행 역사상 가장 정교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퍼서비어런스는 붉은 행성에 안착하자 바로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했다.
퍼서비어런스 차체 그림자가 드리워진 착륙 지점의 흑백 이미지였다.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NASA 제트추진연구소(JTL) 관제소에 퍼서비어런스가 보낸 안착 신호가 도달하는 데는 11분 30초가 걸렸다.
지구와 화성의 거리가 워낙 멀어 착륙 성공 소식이 11분여 늦게 지구에 전달된 것이다.
◇30억년 전 화성 생명체 흔적 탐사…토양·암석 채취해 보관
"터치다운 확인, 화성 안착, 과거 생명체 흔적 찾기 준비 완료"
NASA 관제소는 화성 착륙을 확인한 뒤 이같이 외쳤다.
퍼서비어런스의 임무는 30억년 전 화성에 존재했을지 모르는 생명체 흔적을 찾는 것이다. 태양계 네 번째 행성인 화성에는 수십억년 전 물이 흘렀다.
이번에 착륙한 예제로 크레이터는 30억∼40억 년 전 강물이 흘러들던 삼각주로 추정돼 유기 분자와 미생물 흔적 발견이 기대되는 곳이다.
유기물을 찾아내고 암석과 토양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가 탑재된 퍼서비어런스는 토양·암석 샘플 등을 채취해 30∼40개 티타늄 튜브에 담아 화성의 약속된 장소에 보관한다.
이 샘플들은 추후 발사될 또 다른 로버에 의해 수거돼 다른 우주선에 전달된 후 오는 2031년 지구로 보내지게 된다. 지구에서 고성능 현미경 등의 장비로 샘플을 분석해 생명체 존재 여부를 연구하게 된다.
◇화성 유인탐사 장비 시험…소형헬기 동력 비행, 산소추출 실험
퍼서비어런스는 화성 유인 탐사를 준비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이 탐사 로버에 함께 실린 1.8㎏의 소형 헬리콥터 '인저뉴어티'(Ingenuity)는 화성에서 첫 동력 비행을 시도한다.
또 화성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변환해 로켓 추진 연료와 호흡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도 수행한다.
산소는 화성에서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고, 우주 비행사를 다시 지구로 귀환시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미국은 오는 2030년대에 화성 유인 탐사를 계획하고 있다.
퍼서비어런스는 2대의 고성능 마이크를 이용해 화성의 소리도 녹음할 예정이다.
◇퍼서비어런스는 최첨단 핵추진 로봇차…역대 로버 중 가장 크고 정교
플루토늄을 동력으로 하는 퍼서비어런스는 미국의 우주과학 기술력이 응축된 최첨단 로봇 자동차다.
지금까지의 NASA 화성 탐사 로버 중 가장 규모도 크고 정교하다. 이동속도도 시속 160m로 역대 로버 중 제일 빠르다.
길이 3m에 무게는 1t이고. 6개 바퀴가 달렸다.
카메라 19대와 고성능 마이크 2대, 2m 길이의 로봇 팔, 레이저, 드릴 등 고성능 장비도 장착됐다.
◇미, 우주과학 강국 입증…중국도 화성 착륙 도전
퍼서비어런스 임무에 27억달러(약 3조원)를 쏟아부은 미국은 화성 안착에 성공함으로써 전 세계에 우주 기술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로이터통신은 "퍼서비어런스 착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와 경제적 혼란에 지친 미국을 위한 승리였다"고 평가했다.
NASA는 1965년 마리너 탐사선을 화성으로 보낸 이래 20차례 탐사 임무를 완수했고, 1976년 바이킹 1호 이래 9번째 화성 착륙에 성공했다.
중국이 미국에 이어 화성 탐사 로버를 착륙시키며 우주 굴기를 과시할지도 주목된다.
중국이 쏘아 올린 화성탐사선 톈원(天問) 1호는 지난 10일 화성궤도 진입에 성공했고, 오는 5월께 탐사 로버를 착륙시켜 생명체 탐사 임무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가 쏘아 올린 아랍권 최초의 화성탐사선 '아말'(희망을 뜻하는 아랍어)은 지난 9일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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