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vs SK 전기차 배터리 소송 승자는…ITC 10일 최종 판결
LG가 영업비밀 침해 소송 제기…작년 2월 예비 판결에서는 LG 승리
양 측 합의는 불발…배상금 액수에서 큰 차이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051910] 배터리 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096770]이 벌이는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019년 시작된 양사의 소송전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과 맞물려 국내외에서 '세기의 소송'이라 불리며 큰 관심을 받았다.
ITC의 최종 결정 결과에 따라 한쪽이 받게 될 타격이나 업계 전반이 받을 영향이 상당해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ITC는 10일(미국 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했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우리 시간으로는 10일 밤∼11일 오전 중이다. ITC는 당초 지난해 10월5일이었던 최종 결정을 3차례 연기했다.
지난해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업계에서 여러 변수가 제기되고 있어 최종 결과를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최종 결정이 연기된 사이에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지만, 양사는 9일 현재까지 전혀 진척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예비 승기를 잡은 LG에너지솔루션이 SK측에 영업비밀 침해로 2조8천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반면, SK측이 제시한 금액은 1조원 미만의 수천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최종 결정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우선 ITC가 예비 판결을 그대로 인용해 LG에너지솔루션의 승소를 확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부품·소재 등에 대해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을 비롯한 미국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에 최악의 결과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 포드,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이 줄줄이 타격을 입고 미국 내 일자리 등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고려되는 판결이다.
이는 ITC가 SK이노베이션 조기 패소 판결은 그대로 인정하되, 여러 이해관계자가 제시한 의견과 미국 경제 영향 등을 고려해 공익(Public)에 대해 추가로 따져보도록 조건을 거는 시나리오다.
공익 관련 공청회 등 평가 결과에 따라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지지 않고, 미국 내 사업을 허용할 수도 있다.
ITC가 예비 판결에 대해 '수정(Remand)' 지시를 내리는 시나리오는 SK이노베이션이 가장 원하는 결과다. LG에너지솔루션이 유리한 위치에 있던 국면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예비 판결대로 LG에너지솔루션이 최종 승소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업계 일각에서 계속 거론된다.
미국 대통령은 ITC의 최종 결정에 대해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지적재산권 다툼에 대한 행정부의 개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ITC 최종 판결이 나온 뒤 각자의 유불리를 계산해 본격적으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동안은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었고, ITC 결과가 자사에 유리하게 나올 것이라는 '동상이몽' 상태였기 때문에 제대로 된 협상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SK이노베이션이 ITC에서 패소가 확정되면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 합의를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
ITC가 공익을 추가로 따져본다고 절충안을 내거나 수정 결정을 내리면 소송전은 더욱 장기화하게 된다.
ITC 최종 결정에 대해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어느 한쪽이 항소해도 1년 이상이 소요된다.
ITC가 영업비밀 침해와 '수입금지 여부'를 결정하는 곳이라면 배상금 규모는 델라웨어 지방법원에서 결정된다. 이 역시 중간에 합의가 안되면 델라웨어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가 거듭될 수 있다.
결국 양사가 소송 장기화 부담이 더욱 가중하며 '이제 그만 끝내자'는 합의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가 양사에 합의를 촉구하고, 완성차 업체들의 우려가 제기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소송전이 더 길어지는 것은 양사 모두에게 이득이 안된다는 지적도 많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차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는 시점을 전후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대승적 담판을 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남은 하루 사이에 극적인 합의는 거의 어려울 것 같다"며 "ITC의 결정에 따라 각자 협상력을 높여 다시 수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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