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저임금 인상안 딜레마…140만 일자리 증발vs90만 빈곤 탈출(종합)
의회예산국 '시간당 15달러' 법안 효과분석 보고서
"추산법 바꾸면서 일자리 감소 폭 왜곡" 지적도
(뉴욕·서울=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이재영 기자 = 미국이 시간당 최저임금을 현재 두 배 수준으로 인상하면 14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빈곤에서 벗어나는 이도 90만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8일(현지시간)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자는 내용의 민주당 법안에 대해 미 의회예산국(CBO)이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고 보도했다.
일단 CBO는 법안이 내달 제정돼 내용대로 2025년 6월까지 단계적으로 시간당 임금이 15달러로 인상된다면 약 1천700만 명의 임금이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현재 미국 노동자의 10%에 달하는 수치다.
현행 시간당 최저임금은 7.25달러(약 8천130원)다.
CBO는 현재 시간당 15달러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 중 1천만 명가량도 최저임금 상승 시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수익이 빈곤선에 못 미치는 국민은 90만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고용주들이 일자리를 줄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140만 명가량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게 CBO의 전망이다. 이는 전체 노동자의 약 0.9%에 해당한다.
지난달 말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약 78만 건이고, 최소 2주간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약 460만 건이었다.
이 같은 실업수당 청구 건수를 감안하면 일자리 140만 개는 고용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치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CBO가 추산방식을 바꾸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나쁜 쪽으로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CBO는 재작년에도 최저임금 인상 영향분석 보고서를 냈고 당시엔 2025년까지 13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CBO는 올해 보고서에선 재작년과 달리 추산치를 산출할 때 중윗값보다 평균값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매해 균등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균값을 사용하면 중윗값을 쓸 때보다 추산치가 커진다"라면서 올해도 재작년과 같은 방법을 썼다면 일자리 감소분이 110만개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CBO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올해부터 2031년까지 순 임금증가액이 누적으로 총 3천330억달러(약 371조8천억원)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최저임금 상승에 영향받은 이들의 임금 상승액(5천90억달러)에서 일자리가 줄어들며 사라진 임금액(1천75억달러)을 제한 액수다.
올해부터 10년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연방정부 적자 증가액은 540억달러(약 60조5천억 원)로 추산됐다.
CBO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물가도 올라 정부지출이 늘어나고 일자리가 사라짐에 따라 실업수당 지급액도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CBO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의 노동비용 증가가 재정적자에 가해지는 영향보다 상당히 크다"라고 덧붙였다.
CBO는 고용 감소 때문에 경제 생산량도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넘긴 초대형 경기부양안에도 15달러로의 최저임금 인상안이 담겼지만, 공화당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상당히 강한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CBO 보고서는 공화당에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죽인다고 주장할 명분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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