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두번째 탄핵심리 절차는…속전속결 진행속 부결 전망
일반재판과 달리 상원에 절차진행 재량권 커…정치적 책임 묻는 성격
양측 16시간씩 토론시간 주어져…이르면 14일 표결 가능성
탄핵안 부결돼도 공직 출마금지·별도 형사처벌 가능성은 변수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9일(현지시간) 시작되는 미국 상원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어떤 절차로 진행될지 관심을 끈다.
작년 11월 대선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지지층의 의사당 난동 사태 때 내란을 선동한 혐의로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상원 심리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작년 초에도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심판대에 선 적이 있어 상원에서 두 번의 탄핵 심리를 받는 첫 대통령이다. 대통령 중 퇴임 후 탄핵심판을 받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 제도는 형사 처벌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묻는 성격이다.
따라서 상원이 법원 역할을 맡아 심리를 진행하지만 증거 채택이나 증인 소환 등은 여야 합의에 따라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어 엄격한 법 규정을 따라야 하는 일반 재판과는 다른 점이 많다.
법원에서는 판사와 배심원의 역할이 구분돼 있지만 탄핵 심리의 경우 상원 의원이 판사와 배심원 역할을 동시에 한다. 유·무죄 판단은 물론 탄핵심리 절차와 관련 규정의 해석도 상원이 권한을 행사한다는 의미다.
증거를 다루는 방식 역시 일반 재판에선 표준화한 규칙이 있지만 탄핵 심리에는 이에 상응하는 것이 없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하지만 트럼프의 경우 전직이어서 탄핵안이 가결돼도 정치적 타격 외에 별도의 제재는 없다.
형사 사건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징역형을 살거나 재산적 손실이 생기고, 민사 사건에서 패소하면 금전적 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것과는 다르다.
항소 절차가 없는 것도 탄핵 심판의 특징이다. 일반 재판은 항소, 상고 등 불복 절차가 있지만 탄핵 심판은 상원에서 탄핵을 결정하면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
한마디로 법과 규정에 정해진 엄격한 절차를 준수해야 하는 일반 재판과 달리 탄핵 안건은 상원의 합의에 따라 심리 방식을 정할 수 있는 가변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일례로 '우크라이나 스캔들' 때 하원은 탄핵소추안 발의부터 가결까지 86일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별도의 조사 과정을 생략해 불과 일주일 만에 소추안이 하원에서 통과됐다.
또 우크라이나 스캔들 때 상원의 심리 기간이 3주가량이었지만 이번에는 일주일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은 탄핵 심리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예산안, 각료 인준청문회 등 다른 현안 처리가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공화당은 의사당 난동 사태가 또다시 공론화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다.
따라서 아직 구체적인 심리 방식이나 기간, 증인 채택 문제가 결론 나진 않았지만 별도 증인 채택 없이 속전속결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이는 탄핵안이 부결될 공산이 높다는 인식에도 기반해 있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상원 100석 중 3분의 2가 넘는 67명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현재 무소속을 포함한 민주당 의석은 50석이다.
50석의 공화당에서 일부 이탈표가 나오더라도 탄핵안 통과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다.
상원의 탄핵안 심리가 9일 시작되면 10일부터 검사격인 소추위원과 트럼프 변호인 간 본격적인 '창과 방패'의 싸움이 시작된다.
양측은 공히 16시간씩 공격과 방어를 할 시간이 주어져 모두 32시간 동안 토론이 진행된다.
워싱턴포스트는 토요일인 13일 심리를 생략하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지고 있어 토론 4일째인 14일에 양측의 토론이 종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토론 종결 후 별도의 증언 청취가 없고 추가 심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르면 14일, 늦어도 내주 초에는 탄핵 찬반 표결이 가능해진다는 뜻이 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탄핵안이 부결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탄핵 찬반 표결과 별개로 민주당이 향후 공직 출마를 금지하는 조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공직자가 폭동이나 반란에 관여할 경우 누구든지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는 수정헌법 14조 3항에 근거한 것으로, 상원 과반 찬성만으로 통과된다.
민주당은 당연직 상원 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를 포함하면 51 대 50으로 다수당 지위를 갖고 있다.
의사당 난동 사태를 조사 중인 검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형사적으로 문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워싱턴DC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력을 조장했는지, 기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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