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톡] '백신 여권'을 바라보는 EU 내 엇갈린 시선
코로나19 백신 접종 받은 사람에게 증명서 발급해 여행 등 제한조치 완화 구상
스웨덴·덴마크 등 도입 계획 발표…그리스·스페인 등 관광업 의존 국가도 '지지'
EU 회원국 백신 접종 인구 아직 극소수…프랑스·독일 등은 '시기상조' 입장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지난해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일부 회원국이 '백신 여권'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 일종의 증명서를 발급해 여행하거나 식당이나 콘서트에 갈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역을 위한 제한 조치를 완화해주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EU 회원국들은 이 문제를 놓고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8일 벨기에 RTBF 방송과 일간지 '르 수아르' 등에 따르면 그리스, 스웨덴, 스페인, 포르투갈, 덴마크 등은 관광 산업을 구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백신 여권' 도입을 원하고 있다.
스웨덴은 여름까지 전자 증명서 형태로 발급할 계획이다. 주요 목적은 여행하고 스포츠, 문화 행사에 다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덴마크 역시 디지털 백신 여권을 발급해 백신 접종을 한 사람들이 여행을 하거나 식당, 콘서트, 축구 경기 등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기를 바라고 있다.
구체적인 사용 범위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의 전염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온 뒤에 확정될 예정이다.
그리스 등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더욱더 이 같은 시스템이 되도록 빨리 도입되기를 바라고 있다. 스페인과 헝가리, 포르투갈도 같은 입장이다.
키프로스도 백신 여권 도입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지만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다만 이미 지난해 12월 초 오는 3월부터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하는 승객에게는 격리 조치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유럽의 국경 간 자유 이동 체제인 솅겐 협정 가입국인 아이슬란드는 이미 지난달 코로나19 백신 두 차례 접종을 마친 자국인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급했다.
아이슬란드 보건부는 "국경에서 백신 증서를 제시해 국경통제 조치를 받지 않도록 해 국가 간 사람의 이동을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슬란드는 다른 유럽연합(EU) 국가 중 백신 증서를 발급해주는 나라의 경우 증서 소지자의 자국 입국을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등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이 아직 많지 않고, 접종자들이 백신을 맞은 뒤에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백신 증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또 이들은 이 같은 증명서는 현재로서는 극소수에게만 부여될 것이기 때문에 차별적이라고 본다고 RTBF는 전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은 EU 전체 인구의 2%가량으로 추산된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역시 백신 접종 후 적절한 의료적 후속 조치나 부작용 관찰 등 보건 목적 외에 백신 접종 증명서 사용을 생각하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EU 회원국 정상들은 화상회의에서 백신 접종 증명서 문제를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일단 의료 목적의 백신 접종 증명서 표준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선에서 회의를 마무리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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