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따블라디] 영하 20도 한파에 사고 위험까지 아슬아슬 도롯가 노점상
난로 없이 하루 8시간 "물고기 사세요" 판매…생계 위해선 어쩔 수 없어
수산자원 풍부한 연해주선 흔한 풍경…몰려드는 상인에 지방정부도 고민
[※ 편집자 주 : '에따블라디'(Это Влади/Это Владивосток)는 러시아어로 '이것이 블라디(블라디보스토크)'라는 뜻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특파원이 러시아 극동의 자연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춥지만 괜찮아요. 벌이만 괜찮다면."
기온이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진 3일 오후 러시아 연해주(州) 블라디보스토크 도심 외곽의 한 도로.
도로 한편에 작은 매대를 깔고 수산물 등을 팔던 상인이 관심을 보이며 다가온 기자에게 반갑게 웃으며 말했다.
50∼60대로 보이는 상인이 칼바람을 맞아가며 도롯가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게 조금은 낯설었다.
나무 책상 판매대 위에는 비닐봉지에 담긴 생선꾸러미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빙어를 비롯해 가자미, 북해산 대구 등을 담은 비닐봉지는 추운 날씨 탓에 돌멩이처럼 꽁꽁 굳어있었다.
자동차 워셔액이 눈에 띄었지만 역시 주력상품은 수산물이었다.
북해산 대구의 가격대를 묻자 상인은 12마리(2㎏)에 500루블(약 7천500원)이라고 답했다.
노점상 앞에서 지갑을 열까 말까 고민하는 기자의 표정을 순식간에 간파한 것일까.
상인은 "인근 바다에서 오늘 갓 잡아 신선하다"며 간만에 맞이한 손님을 놓치지 않으려 목소리를 높였다.
상인은 기자가 내미는 1천 루블짜리 지폐 1장을 기다렸다는 듯 낚아채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교통사고의 위험이 도사리는 도롯가에서 엄동설한에 난로도 없이 손님을 기다리는 이유가 궁금했다.
도롯가 주변 마을에 사는 상인은 "먹고 살 다른 방도가 없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상인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려 8시간을 이런 방식으로 장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수입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손에 쥐는 돈이 그리 많지 않으며 나머지는 모두 도매상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수산자원이 풍부한 연해주에선 이처럼 도롯가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간이 노점상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날 기자가 도로를 지나며 발견한 간이노점만 해도 10곳이 넘었다.
생계를 위해 주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도롯가로 대거 뛰어들면서 행정당국의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
도롯가에서 수산물이 대량 유통될 경우 먹거리 위생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지 매체인 '보스토크미디어'는 작년 11월 연해주 정부가 도롯가에서의 수산물 판매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시 책임자의 경우 최대 5만 루블(74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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