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주독미군 감축에 제동…주한미군 감축우려 사그라드나
동의 없는 감축 가능성↓ 해석…'방위비 불만' 트럼프는 韓·獨 미군 감축 압박
"전 세계 미군 배치 검토 중"…검토 결과 따라 조정 가능성은 여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주독미군 감축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역시 트럼프 정부에 의해 감축설이 제기됐던 주한미군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국무부를 방문해 가진 연설에서 "오스틴 국방장관은 우리의 군사력이 우리 외교 정책과 국가안보 우선순위에 적절하게 부합하도록 미군의 전 세계 배치 검토를 주도할 것"이라며 "이 검토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주독미군 철수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일의 국방비 지출 규모에 불만을 품고 작년 7월 주독미군을 줄이겠다고 한 데 대해 일단 제동을 건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당시 3만6천 명이던 주독미군을 2만4천 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5천600명을 유럽에 재배치하고, 6천400명을 미국에 복귀시킨다는 구상이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탈레반이 맺은 평화협정에 따라 오는 5월 1일까지 미군을 완전 철군키로 한 것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주독미군 감축 결정의 주된 이유가 방위비 문제였다는 점에서 주한미군도 감축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트럼프는 한국이 적은 분담금으로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 한미 방위비 협상도 1년 넘게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트럼프는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도 한국과 독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를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여기에 작년 10월 한미 국방장관 간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도 2만8천500명에 달하는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 문구가 빠져 주한미군 규모가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는 증폭됐다.
이런 맥락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주독미군 감축을 '일단정지'시킨 것은 주한미군에 대한 감축 우려를 일정 부분 불식시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정부가 가치가 아닌 거래의 대상으로 동맹을 판단했다고 비판하면서 '동맹 회복'을 외교정책의 일순위로 올려놓은 상태다.
그는 대선 직전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트럼프처럼 주한미군 철수를 협박하면서 한국을 갈취하는 식으로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협의를 통해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게 바이든 정부의 의지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행보로 볼 때 한국이 동의하지 않는 주한미군 감축은 없을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백악관도 전날 한미 정상 간 통화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인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약속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전 세계 미군의 효율적인 배치에 대한 대대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갔고,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언급도 이런 검토가 끝나 결론이 날 때까지 주독미군 감축을 동결한다는 의미여서 속단은 이르다.
효율성 측면에서 주한미군이든 주독미군이든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감축 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의미다.
미 의회도 2021회계연도 국방예산안에 '태평양 억지구상' 항목을 신설해 22억 달러를 배정했다. 중국을 견제하고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주한미군 역할이 조정될 가능성을 함의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전 세계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고,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이 돌아왔다'는 모토 하에 관여 정책 부활을 예고한 터여서 유사시 주한미군 병력의 일시적인 국외 차출 등 역할 변화 가능성도 아직은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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