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름 보호'에 회사 동원한 화웨이 런정페이…결국 공개 사과
"처음으로 공적 권한을 사적인 일에 이용" 변명했지만 대중은 비난 일색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회사 조직을 동원해 가수로 나선 막내딸의 이름을 상표권으로 등록한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華爲) 창업자가 공사를 구별하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서 결국 고개를 숙였다.
4일 증권시보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날 회사 내부 게시판에 런정페이 최고경영자(CEO)의 딸 야오안나(姚安娜)의 이름을 상표권으로 등록한 경위를 설명하고 임직원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화웨이는 중국에서 상표권을 미리 등록해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회사들이 많지만 막 대학을 졸업한 야오안나는 자기 회사가 없어 상표권을 직접 등록할 수 없는 처지였다면서, 런 CEO의 부탁으로 회사의 지식재산권 담당 부서가 상표권 등록 업무를 대신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야오안나의 소속사에 '姚安娜', 'YAO ANNA' 등 등록 상표권을 넘겼으며, 관련 비용은 야오안나가 지불했다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런 CEO가 공적 권한을 사적인 일에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와 관련해 전체 임직원에게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일부 매체의 보도로 화웨이가 지난달 25일 '야오안나'(姚安娜), 'YAO ANNA', 'Annabel Yao', '야오쓰웨이'(姚思爲) 등 단어의 상표권 등록 신청을 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야오안나가 창업자의 딸이지만 화웨이 회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화웨이가 회사의 공적 자원을 투입해 야오안나의 일을 대신해 준 것이 배임성 행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런정페이가 사과했지만 중국 인터넷에서는 그가 회사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이 더욱 들끓고 있다.
'別?**'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은 화웨이에 심각한 상처를 입힌 행위"라고 비난했다.
누리꾼 '樓2***'도 "자기 소속사가 있는데 상표권을 등록할 개인 회사 하나를 못 차리는 것인가"라며 "원래 사과할 마음도 없었는데 여론에 밀려서야 사과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미중 기술 전쟁 과정에서 중국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이번과 같은 이미지 실추는 가뜩이나 미국의 제재로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선 화웨이의 향후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명문 하버드대를 나오고 그간 '사교계'에서도 유명한 인물이던 야오안나는변명했지만,대중은 최근 중국에서 가수로 데뷔했다.
그는 '아빠 찬스'와 무관하게 자신의 꿈을 추구하고자 힘든 노력을 통해 가수로 데뷔했다고 주장하지만,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그가 과연 런정페이의 딸이라는 화제성이 없었더라면 가수로 데뷔할 수 있었겠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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