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력언론에 등장한 전직 고위당국자발 '시진핑 교체' 기고문
전직 미 고위 당국자가 이례적 익명 요청해 80장짜리 보고서 축약본 기고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유력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익명의 전직 고위당국자 명의로 기고문이 올라왔다.
'중국의 부상에 맞서기 위해 미국은 시진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가 제목인 장문의 기고문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균열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교체를 도모해야 한다는 공세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
'시 주석의 교체'라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가 익명으로 표기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폴리티코는 중국을 다뤄본 경험이 많고 깊은 전문성을 지닌 전직 고위당국자라면서 저자의 요청에 따라 익명 표기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익명 표기를 통해 중국의 보복 조치 차단 등이 필요할 정도로 미국의 대중국 대응에 밝은 외교안보부처의 전직 고위급 당국자일 가능성이 있다. 현직은 아니라고 해도 중국 당국에서 불쾌하게 여길 수 있는 기고문인 셈이다.
이 기고문은 저자가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 80장 분량으로 게재한 보고서의 축약본이다.
보고서의 제목은 '더욱 장문의 전문'이다. 대소련 봉쇄정책의 토대가 된 주소련 미국대사대리 조지 케넌의 1946년 정세분석 보고서가 '장문의 전문'으로 불렸던 데서 따온 것이다.
이 보고서는 다음 해 'X'라는 익명으로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실려 널리 읽혔다. '더욱 장문의 전문'은 보고서가 미국의 대중국 정책 수립에 결정적 기여를 했으면 한다는 저자의 바람이 담긴 제목인 셈이다.
기고문의 저자는 시 주석이 민주주의 세계 전체에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미국이 공산당 지도부 균열을 통한 시 주석 교체를 대중국 정책의 중심에 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통적 중국 공산당 리더십에 가까운 인사로 교체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과의 경쟁 체제 구축이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기존 질서 편입이 중국에 최고라는 결론을 중국 지도부가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저자는 중국 공산당 다수가 시 주석 없는 중국을 선호할 것이라면서 고위 지도부가 시 주석의 리더십과 야망을 상당히 힘들어하고 끝없는 충성 요구에 화가 난 상태라고 평했다.
폴리티코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리더십교체를 촉구하면서 저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 혹은 덜 공격적인 행보를 제시한다"며 "시 주석을 정면으로 겨냥하기 때문에 더 공격적이고, 적합한 인사들이 있는 중국 공산당을 미국이 협력할 수 있는 기관으로 상정한다는 점에서 덜 공격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미국의 대중국 대응 전략으로 한일관계 정상화 촉진도 거론하면서 한국이 계속 중국의 방향에서 전략적으로 표류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중국과의 긴장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상황에 이런 기고문이 나온 점도 눈에 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강조하면서 동맹의 동참을 통한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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