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연구진 "포화 지방 섭취, 건강에 꼭 나쁜 건 아니다"
'섭식-심장 가설'에 도전장, 콜레스테롤 증가는 '변화 적응'일 수도
새로운 HADL 모델 제시… '미국 임상영양학 저널'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어떤 음식물을 섭취하는 게 건강에 이로운지를 둘러싼 첨예한 논쟁 중 하나는 포화 지방(saturated fats)에 관한 것이다.
포화 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위를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심혈관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서 자주 관찰된다.
포화 지방이 함유된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 심장 질환을 유발한다는 이른바 '섭식(攝食)-심장 가설'(diet-heart hypothesis)은 반세기 넘게 관련 분야 과학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이 가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새로운 주장을 노르웨이 연구진이 내놨다.
모유를 비롯한 많은 음식물에 포화 지방이 들어 있다는 걸 생각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증가가 반드시 건강에 해롭진 않을 것이라는 게 반론의 출발점이다.
노르웨이 베르겐대, 오슬로대 등의 연구진은 최근 미국 영양학회가 발간하는 '미국 임상영양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26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원래 콜레스테롤은 인체 내 모든 세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컨대 세포를 둘러싼 유동 막(fluid membrane)이 너무 뻣뻣하거나 너무 흐물거리지 않게 유지되려면 세포가 적절한 양의 콜레스테롤을 흡수해야 한다.
씨앗 등의 식물성 유지에 다량 함유된 다가 불포화 지방(polyunsaturated fat)이 포화 지방으로 대체되면 세포막에 쓰이는 콜레스테롤양이 줄어든다는 게 기존 가설의 요체다.
반대로 오메가-3나 오메가-6 같은 다가 불포화 지방의 섭취를 늘리면, 세포막을 구성하는 콜레스테롤양이 늘어난다.
이렇게 음식물의 다가 불포화 지방이 세포막에 들어가면 막의 유동성(fluidity)이 커진다. 이럴 경우 세포는 혈액의 콜레스테롤을 흡수해 세포막의 유동성을 조절한다.
다가 불포화 지방의 섭취를 늘리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구팀은 미생물과 척추동물, 인간의 피부 세포 등에서 이 현상을 관찰하고 '식이 지질 유사 점성 적응'(HAD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간의 세포는 식이 지방의 변화에 맞춰 콜레스테롤 성분을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현상은 인간 생리학의 중요한 원칙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연구팀은 대사 교란으로 생기는 콜레스테롤 증가를, 식이 포화 지방산 섭취의 급격한 변화로 유발되는 것과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다가 불포화 지방산을 음식에 추가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게 건강에 이로운지도 의문을 제기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포화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심장 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기껏해야 약한 증거밖에 없다"라면서 "생물학적, 진화적 설명이 부족한 건 차치하더라도 전반적인 데이터가 확실히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HADL 모델을 기반으로 연구하고 추론할 경우 식이 지방이 혈중 콜레스테롤에 미치는 영향은 일종의 발병 반응( pathogenic response)이 아니라, 섭식 변화에 대한 건강하고 정상적인 적응이라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그러나 현존하는 세포 메커니즘 지식을 기초로 개발된 이 모델도 추가 연구를 통해 더 확실히 증명할 여지는 남아 있다고 연구팀은 인정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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