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한 트럼프 겨누는 탄핵 칼날…미 하원, 탄핵안 상원 송부(종합2보)
소추위원·변호인 2주간 서면공방 후 내달 초 본격 심리 진행 전망
상원은 배심원·의장 대행이 재판장…상원 3분의 2 찬성 필요
공화당 내 탄핵반대 목소리도 커…"트럼프 장악력 보여줘"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이영섭 기자 = 미국 민주당이 이끄는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25일(현지시간) 상원으로 보내 탄핵 심판 절차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외신에 따르면 하원 탄핵소추위원 9명은 소추안을 이날 오후 7시께(한국시간 26일 오전 9시께) 상원에 전달했다. 소추안에는 '내란 선동' 혐의가 명시됐다.
소추위원이 상원에 도착한 후 탄핵소추위원단장인 제이미 래스킨(민주·메릴랜드) 하원의원은 소추안을 낭독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와 정부 제도를 심각한 위험에 빠트렸다"라면서 "민주 제도의 온전함을 위협하고 평화로운 권력 이양에 개입하며 정부 기관의 일부분을 위태롭게 했다"고 읽었다.
이어 "이에 따라 대통령으로서 신뢰를 저버리고 미국 국민에게 분명한 피해를 줬다"고 말했다.
상원 규정상 소추안이 도착하면 공식적으로 탄핵 심판이 시작된다. 본격적인 심리는 송부 다음 날 시작하게 돼 있다.
다만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는 실제 절차는 내달 8일 시작되는 둘째 주에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CNN방송은 "트럼프의 탄핵 심판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진단했다.
앞서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준비할 수 있도록 2주간의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당과 조 바이든 대통령도 내각 인준과 코로나19 위기 대응책 마련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절차 연기를 제안했었다.
이에 따라 의례적인 절차가 먼저 이뤄진다. 상원의원들이 26일 회의를 소집해 배심원 선서를 한 이후 소추위원과 트럼프 전 대통령 법률팀이 2주 동안 준비 절차를 갖는다.
심판 전 절차에서 양측은 혐의 주장과 변론이 담긴 서면을 교환해 공방을 벌인다.
소추위원들이 '공소장' 격인 소추안에 관한 주장을 제시하면 변호인이 변론하는 형태다.
서면 제출은 2월 9일까지 마감돼 본격적인 탄핵 심판은 9일 시작될 수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측이 소추안에 대해 2월 2일까지 입장을 표명하고 양측이 의견을 낸 뒤 심판 절차가 이르면 9일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탄핵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은 형사재판 절차를 준용해 진행된다.
검사 역할을 하원 소추위원단이 하며 상원의원들은 배심원이다.
현직 대통령 사건은 연방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해선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번 심리는 민주당의 패트릭 리히 상원의장 대행이 주재한다.
이번 탄핵 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두 번째다. 역대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 심판이 4번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중 절반을 차지하게 됐다.
지금까지 하원에서 탄핵당한 대통령은 앤드루 존슨(1868년)과 빌 클린턴(1998년), 트럼프가 전부다.
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를 7일 남긴 지난 13일 두 번째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2019년 말에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하원 소추안이 가결됐다.
쟁점은 첫 번째 추진 때보다 단순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군사 지원을 대가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바이든의 비리 조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으로 권력남용과 의회 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이번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을 부추겼다는 '내란 선동' 혐의만 있다.
지난해 초 열린 탄핵 심판은 21일간 진행됐고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증인 채택 여부와 심판 기간도 관심사다.
CNN은 민주당이 6일 의사당 폭동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리 상태를 설명해줄 증인을 데려오는 것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진행 기간에 대해선 여러 소추위원이 첫 심판 때만큼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현재 알려진 트럼프 변호인은 사우스캐롤라이나를 기반으로 하는 변호사 부치 바워즈 한 명이다. 어떤 변론 내용이 제시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CNN은 전했다.
탄핵 정족수는 전체 상원의원 100명 중 3분의 2인 67명이다. 현재 상원은 양당이 50석씩 갖고 있다. 민주당이 모두 찬성해도 공화당에서 최소 17명의 동조자가 나와야 한다.
현재까지 공화당에서 유죄 판결에 필요한 만큼 찬성표가 나올지는 불분명하다.
AP통신은 의회 난입 사태 직후와 비교했을 때 공화당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사그라들었다고 평가했다.
외려 퇴임한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는 게 위법이라는 주장이 나오며, 일부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로 내란을 선동했는지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AP통신은 "상원의원들은 유권자이기도 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라면서 "공화당에 대한 트럼프의 장악력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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