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위기 속 이탈리아 총리 사임론 부상…새 연정 구성 타진하나(종합)
현지 언론, 이르면 26일 사임계 낼 것으로 전망…안갯속 정국 장기화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의회 과반이 무너진 이탈리아 연립정부 위기가 좀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주세페 콘테 총리가 사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25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콘테 총리는 금명간 정국 위기 관리자인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임 의사를 밝히고 새로운 내각 구성 권한을 다시 부여받는 쪽으로 위기를 수습하는 안을 고민하고 있다.
콘테 총리가 사임계를 낸다면 그 시점은 26일께로 전망된다고 일부 언론은 전했다.
이번 정국 위기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M5S),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PD)과 손잡고 연정을 운영해오던 생동하는 이탈리아(IV)가 정책적 견해차를 이유로 이탈을 선언하며 초래됐다. 총 321석인 상원에서 과반이 무너지며 국정 운영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연정은 18∼19일 상·하원에서 IV의 기권으로 신임안이 통과되며 가까스로 살아남았으나 상원 절대 과반(161석) 확보에는 실패, 살얼음판 정국 상황이 지속됐다.
콘테 총리와 연정은 중도 성향의 야권 의원과 무소속 의원들을 연정에 참여시키고자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안정적인 의석 확보는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콘테 총리의 사임과 새 내각 구성을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도 이처럼 연정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콘테 총리는 연정 위기가 불어진 이후 내내 사임에 부정적이었다. 사임 없이 의회 신임안 표결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도 어떻게든 현 상황에서 위기를 타개해보겠다는 의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날 현지 언론 보도 내용은 콘테 총리의 방향 전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콘테 총리가 실제 사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현실적으로 안정적인 연정 기반 확보가 어려워 보이는 만큼 아예 새로운 연정 구성을 위한 정파 간 협상을 시작하자는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콘테 총리는 일단 새 연정이 구성되면 현 의회 임기가 종료되는 2023년까지 국정을 끌고 가기 위한 연정 구성 정당 간 새로운 협약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의도한 대로 새로운 연정이 구성되면 2018년 6월 총리 취임 후 세 번째 내각이 된다.
무명의 법학 교수 출신으로 당적이 없는 콘테 총리는 2018년 3월 총선 이후 극우 정당 동맹(Lega)과 연정을 구성한 오성운동의 천거로 총리직에 올랐다.
2019년 8월 조기 총선에 의한 단독 집권을 노린 동맹의 갑작스러운 이탈로 연정이 붕괴해 퇴출 위기를 맞았으나 오성운동과 민주당 간 새로운 연정 구성과 함께 총리직에서 유임되며 현재까지 2기 내각을 이끌어왔다.
다른 정당 또는 의원 그룹과의 연정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마지막 카드로 IV의 연정 복귀 가능성도 점쳐진다.
IV는 2기 내각 출범 직후인 2019년 9월 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들이 만든 중도주의 정당으로 2014∼2016년 총리를 지낸 마테오 렌치 상원의원이 실권자다.
IV 합류 이후 주요 정책 사안을 놓고 연정의 내분이 지속한데다 이번 사태로 렌치에 대한 신뢰도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연정이 조기 총선을 피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들고 있어야 할 카드로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현지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지지율 3% 미만으로 현 시점에서 조기 총선을 치르면 당 자체가 공중분해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아는 렌치 전 총리도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중심이 된 새 연정 구성 협상에 긍정적인 신호를 발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V 복귀마저 실패로 돌아가면 남은 선택지는 총선밖에 없다. 현재의 여론지형상 극우 정당 동맹이 주도하는 우파연합으로 정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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