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딜' 브렉시트 피했지만…영국-EU 교역에 혼란 가중돼
EU제품 구매시 부가세·관세 등 추가부과 속출
통관서류 등 못갖춘 화물트럭 하루 100대씩 거부당해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인 루이사 월터스(52) 씨는 최근 파리에 기반을 둔 의류 브랜드인 산드로(Sandro)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제품 2개를 주문했다.
제품 가격은 240파운드(약 36만원)였다. 월터스씨는 그러나 택배업체인 DPD로부터 제품을 배송받기 위해서는 77파운드(약 12만원)의 세금과 관세, 각종 부과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를 부담하지 않으면 제품은 다시 프랑스로 반송된다는 설명이었다.
이는 브렉시트(Brexit) 이후 달라진 규정 때문이다.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지난해 말 종료하면서 영국은 유럽연합(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완전히 탈퇴했다.
양측은 지난해 말 무관세·무쿼터를 기반으로 한 자유무역협정에 합의해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없던 관세 및 통관 절차, 규정 변화가 발생했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기업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 '20만원 이상' 제품 배송시점에 VAT 내야
22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올해부터 EU에서 135파운드(약 20만원) 이상의 제품을 주문하면 결제가 아닌 배송 시점에 부가가치세(VAT)가 부과된다.
만약 제품 전체 또는 일부가 EU 밖에서 온 것이면 관세를 내야 할 수도 있다.
월터스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매업체들이 이같은 규정을 잘 모르다 보니 어떤 경우에는 소비자가 결제와 배송 시점에 중복으로 VAT를 낼 수도 있다.
135파운드 이하 제품의 경우 소매업체가 결제시점에 VAT를 부과한 뒤 이를 영국 국세청(HMRC)에 등록해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EU 내 많은 소매업체가 영국 국세청에 등록을 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이를 요청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택배업체들은 기존에 없던 세금 부과 및 관세 신고 서류 작성 등을 이유로 영국과 EU 간 택배 물품에 추가 부담금을 적용하고 있다.
UPS는 건당 5파운드(약 7천500원)를, DHL 익스프레스는 최소 4.5파운드(6천800원)에 kg당 25펜스(약 400원)를 책정했다.
로열 메일은 VAT나 관세 등을 걷어야 할 경우 8파운드(약 1만2천원)를 추가로 받고 있다.
◇ 영국-EU 국경서 서류 미비 트럭 등 범칙금 내기도
이전과 달리 대형 화물트럭들도 영국과 EU 간 국경을 오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관세 협정에도 불구하고 국경에서 통관 신고 절차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하루에 100대가량의 트럭이 적절한 신고서류를 갖추지 못하거나, 운전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음성 확인서가 없어 국경에서 되돌려 보내지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영국 도버항 및 포크스턴항에서 국경 통과 승인을 받지 못하고 범칙금 등이 부과된 화물운송업자는 636명에 달한다.
앞서 영국 국세청은 이른바 '노 딜' 이 발생할 경우 영국과 EU 기업은 각종 교역 장애로 연간 150억파운드(약 22조7천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짐 하라 영국 국세청장은 21일 하원 공공재정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양측 간 무역협정 체결에도 불구하고 통관 신고 등으로 인해 영국 기업들은 여전히 비슷한 규모의 추가 비용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라 국세청장은 EU와의 교역에 필요한 여러 통관 서류 등의 부담은 "'노 딜' 상황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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